“경부운하 20㎞만 파면 만들 수 있다”
청계천 이은 이명박 시장의 과감한 구상, 기술적ㆍ경제적 분석 논란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부운하 총구간 500㎞ 중 새로 땅을 파 수로를 만드는 구간은 20㎞에 불과합니다. 하천과 하천을 연결해 나가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공사입니다.” 세종대 이상호 교수는 경부운하가 한국 물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1995년 세종연구원에서 경부운하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했던 인물. 96년 세종연구원에서 나온 이 보고서는 당시 국회의원이던 현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같은 해 이 시장은 동료 국회의원 47명의 서명을 받아 ‘경부운하건설추진위’를 결성했다.
시장은 “육로 수송이 절대적인 한계를 넘어서고 있어 내륙운하 건설이 필요한 만큼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며 경부운하
건설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시장이 정치적인 사건에 연이어 휘말리며 운하건설 모임은 사라졌다.
또한 건설교통부의 의뢰를
받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던 수자원공사가 세종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리며 경부운하 건설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수량확보가 어렵고 경제성이 떨어져 실효가 없다는 이유였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계천 복개 공사를 강행해 성공을 거둔 이 시장이 최근 경부운하 건설에 대해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주위에서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부터, 대한민국에 새 힘을 불어넣을 공사라는 격려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모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67%가 경부운하에 반대했다는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연 경부운하란 무엇이고 어떻게 건설해 나가는 것일까? 완공된 후엔 누가 사용할 것이고 우리나라에 어떤 경제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인가?
이 시장은 언론을 통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현재 서울~부산의 물류비용이 부산~로스앤젤레스보다 더 많이 나온다.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엄청난 물류비용 절감과 함께 수자원 확보, 미래 레저산업 기반 구축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시장은 현재 기술력이면 운하 건설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부산 물류비 서울~LA보다 커
건설업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국내 세 곳의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 모두 운하 건설은 기술적으로 쉬운 공사라고 답했다. 청계천 복원 공사에 참여했던 모 건설회사 담당자는 “도시 한가운데 있어 장비 투입과 공사 시간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청계천과 비교하면 정말 쉬운 공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기간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으면 3년, 속도를 높여 빠르게 강행한다면 1년 반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운하 건설 때 나오는 골재를 판매해 사업비를 마련한다는 이 시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세종연구원은 공사 때 나오는 골재를 판매할 경우 8조원에 가까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나머지 예산은 독일이 라인강을 개발할 때처럼 주식회사를 만들어 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이 시장은 밝혔다. 국내 S건설회사의 한 임원은 “경부운하 건설 시 기술적 측면과 재원 마련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완공 이후 경제적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누가 얼마나 이용하게 될지에 대해 확실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부운하를 통한 서울~부산 간 물류 소요 시간을 3일로 보고 있다. 선박 평균 속도는 30㎞로 17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수많은 갑문을 거쳐야 하고 이따금 운하에서 화물을 내리거나 새로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하를 이용하는 물류 품목은 시간이 충분한 것 위주로 편성된다. 운하를 운항하는 선박은 한 번에 2400t의 물류를 담당하게 된다. 이는 20t 트럭 120대 분량이다.
인건비와 연료 소비가 적어 저렴한 가격으로 운반이 가능해 도로나 철도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경우 전체 화물의 4분의 1, 미국은 5분의 1이 운하를 통해 옮겨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경부축의 물동량이 국내 총 물동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 경부운하를 연구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한다고 하자 한강 다리들 때문에 선박이 지나갈 수 없다며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운하는 한강 상류인 신곡 수중보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인근에 새로운 물류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설된 물류단지에 내려진 화물들은 트럭 등의 운송 수단을 통해 도심으로 옮겨지게 된다. 다만 운하의 물이 얼어붙는 겨울과 가뭄으로 수량 확보가 어려운 갈수기 등에는 운항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1년에 한 달 정도는 운행을 멈춰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년에 한 달은 멈춰야 한다
경부운하 건설은 세 가지로 나뉜다. 수심을 확보하는 하도공사, 운하를 연결하면서 수심을 조절해 주는 갑문공사, 그리고 실제 공사 구간인 20㎞의 조령터널 공사다. 하도공사는 운하로 사용될 480㎞의 하천을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이 지나갈 수 있는 깊이 5m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수량이 풍부한 한강마저 평균 수심이 3.5m에 불과한데 낙동강과 섬진강 지류를 지나야 하는 운하의 수심 5m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1년 내내 동일한 수심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6~9월에 강수량이 집중돼 10~5월의 갈수기에는 전국에서 물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시기에 운하 운항을 위해 하천의 물을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운하 덕분에 더 많은 수자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운하를 유지하기 위해 건설된 갑문은 운하 유지를 위한 수량을 확보하는 기능을 한다. 운하 주위에는 자연스럽게 수많은 소규모 저수지가 생겨 오히려 물부족 현상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2004년 기준)은 1283㎜다. 이중 43%는 지하수로 내려가거나 증발한다. 38%는 바다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19%만 저수지 등에 보관돼 왔다. 사라져 버리는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도 소규모 댐과 저수지 건설이다. 따라서 운하를 건설하게 되면 물류운송 경쟁력뿐 아니라 수자원 확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경부운하를 만든다면 실질적인 건설 구간은 20㎞에 달하는 조령터널 지역이다. 운하 예상 구간을 살펴보면 이를 자세히 알 수 있다. 경부운하는 한강 상류 신곡 수중보에서 시작해 남한강을 거쳐 충주호에 도착한다. 낙동강과 충주호의 거리는 20㎞, 그리고 그 사이에는 문경새재와 해발 1093m의 월악산이 있다.
환경단체 강력 반발
조령터널은 한강 수계의 충주호와 낙동강 상류 조령천을 연결하는 총연장 20.5㎞의 터널로서 월악산을 관통한다. 조령터널이 완공되면 바지선은 신덕천과 조령천이 합류하는 문경교를 통과해 문경군 점촌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지하철 공사나 고속도로 터널 공사 경험이 풍부한 한국 건설업체들에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나머지는 낙동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 구미댐을 거쳐 낙동강 하구언으로 나오는 코스만 남아 있다. 하구언 바로 앞에는 신부산항이 있다.
경부운하는 해발 4m 높이에서 시작해 충주댐에서는 65m, 그리고 최고점인 조령터널에 이르러서는 해발 125m의 높이를 지나가게 된다. 운하가 다른 높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갑문이 운하를 구간별로 나누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박이 갑문을 지날 때는 2개의 문을 거치게 된다.
선박이 갑문 앞에 이르면 첫 번째 문이 열려 배가 들어가게 된다. 이후 물이 나와 수면을 높여주면 두 번째 문이 열려 배가 지나가게 된다. 배가 지나가면 문이 닫히고 2개의 문 사이에 있던 물은 빠져나가게 된다. 유럽 알프스 산 사이를 지나가는 운하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선박이 해발 450m에 위치한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경부운하 건설에 가장 반발하는 이들은 환경단체다. 이들은 ‘불도저식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 시장의 경부운하 건설 구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1987년 시작된 경인운하사업은 공사 기간 내내 해양생태계 파괴 등 환경훼손 논란에 휩싸여왔다. 경인운하뿐 아니라 지난 수년간 주요 국책 건설사업 상당수가 시민·환경단체의 반발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지됐다.
환경시민연대의 한 회원은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려는 시도”라며 이 시장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친환경적인 개발을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큰 댐을 만들면 수몰과 생태계 변형으로 환경이 파괴 되지만 물이 적은 곳에 작은 댐을 만들면 호수가 생겨 오히려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시장의 4대 선거공약 중 하나로 가장 큰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경부운하 건설 계획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계천 공사 당시에도 수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결론이 다르게 나와 이번에도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아직은 마음을 놓아도 된다. 더 높은 곳을 향한 이 시장의 꿈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정말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경인운하는 어떻게 되고 있나
800년 전 고려 무신정권 시대 실권자이던 최충헌의 아들 최이는 운하를 건설해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노역에 지친 백성의 원망이 높아지고 정적들의 반대 움직임이 커지자 공사는 곧 중단됐다. 조선조 중종 때도 건설을 시도했다 무산됐다. 정종 시절에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만들었으나 아쉽게도 정종이 요절하며 공사가 실행되지는 못했다.
같은 역사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1987년 굴포천 대홍수 이후 20년 가까이 진행돼온 경인운하는 아직도 언제 완공될지 점치기 어렵다. 공사가 진행될 만하면 예상 외의 악재가 발생해 계속 미뤄져 왔다. 2003년 한국개발연구원이 건교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경인운하 개발에 대한 보고서에는 9가지 개발 계획이 실려 있다.
이중 8개가 경제성을 인정받았다고 하니 경인운하의 경제적 실효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지만 건교부 담당자는 경인운하는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지금 정확한 시기는 밝히기 어렵지만 분명히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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