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軍事 資料 綜合

공군 블랙 이글 편대

鶴山 徐 仁 2005. 10. 8. 17:44
하얀 마후라 ㅣ 2005-10-05 01:00  


 

 
 





 화려한 에어쇼의 주인공 블랙 이글 편대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 공항을 찾았던 것은 공군 창설 50주년이던 해의 10월 이맘때였습니다. 섭외 초기, 블랙 이글 편대의 곡예비행에 동승을 해 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펼쳤다가 공군 공보 장교의 놀림감이 되었고, 강원도 기지에서 당일 서울 공항으로 날아온다는 비행기에 타 보기나 하자고 뻗대 봤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습니다.  그럼‘빨간 마후라’들을 언제 어떻게 카메라에 잡으란 말인가?  “1시간 정도 있는 식전 행사를 이용하시죠.”

 보도용 카메라에게야 1시간이란 촬영 넉넉히 하고 담배 몇 대 태우고, 동작 빠르면 간식까지 챙겨 먹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10분짜리 꼭지를 만들어야 하는 PD에게는 눈 깜짝보다 조금 더 긴 찰나에 불과합니다.  결국 제가 택한 아이템은 블랙 이글 편대의 정비사들이었습니다.  착륙 뒤 행사, 그리고 재이륙까지 몇 시간 동안 비행기에 매달려 있다니까, 그래도 뭔가 찍을 꺼리가 있지 않을까 한 거지요.

 블랙 이글 정비팀은 활주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1열 횡대로 늘어선 그들은 드넓은 활주로를 천천히 왕복 중이었지요.  뭘 하고 있는 건가 여쭤 보았을 때 정비사 한 분은 싱긋 웃으며 손바닥을 펴 보였습니다.  깨알보다 조금 커 보이는 돌멩이들과 바람 불면 사라질 것 같은 지푸라기들이 잔뜩 놓여 있더군요.
 "아무 것도 아닌 거 같지만 이착륙하는 비행기한테는 이런 것들이 큰 손상을 줄 수 있어요.”
 "여기 서울공항 관리하는 부대에도 그런 일 하는 병력이 있을 텐데요.”
“그래도 우리가 한 번 봐야죠. 내 새끼(?)가 지나갈 자리인데.” 

 잠시 후 그들의 ‘새끼’가 동쪽 하늘로부터 나타났습니다.  여섯 대의 블랙 이글 편대는 은빛 날개 번쩍이며 지푸라기 하나 남김없이 말끔히 치워진 활주로의 융단 위로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공군 50주년 기념식이 우렁차게 진행되는 가운데  손을 대면 베어져 나갈 듯 각 잡힌 예복을 입은 의장대가 화려하게 총을 휘돌렸고 번쩍이는 별을 어깨에 매단 장군님들과 하늘의 사나이 빨간 마후라들은 멋들어진 거수경례로 그에 화답했습니다.

 그 화려한 공군 50주년 기념식장을 100미터 앞에 두고 블랙 이글 정비팀은 점심도 거르다시피 하면서‘새끼’들의 기름배를 채우고 꼬리날개 엉덩이(?)를 두들겨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발견한 일입니다마는 정비팀은 모두 하얀 마후라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빨간 마후라는 파일럿만 두를 수 있는 겁니다.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땅 위의 사나이는 하얀 마후라. 하하”


 그안에서 뭐해요 아저씨?

 하얀 마후라들의 손놀림이 급해졌습니다.  이제 빨간 마후라들이 절도 있는 비행 신고를 마친 뒤 각자의 애기(愛機)로 돌아올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1호기 정비완료, 2호기 정비완료..... 정비를 끝낸 그들은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끝낸 비행기 앞에서 부동 자세를 취하며 팔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착착 소리를 내며 걸어온 빨간 마후라와 하얀 마후라의 경례, 그리고 탑승......   그 긴장된 순간을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누군가 저를 뒤에서 꽉 붙잡습니다.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아침에 저를 안내했던 공보 장교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륙 직전의 비행기 앞에서 카메라 들고 설치는 저를 본 행사장의 보도진들이 저건 뭐냐고 아우성치며 일시에 포토라인을 무너뜨렸다는 겁니다.  그 꼴을 본 윗분들 역시 취재진 관리를 어찌 한 거냐고 진노하셨다지요.  모든 보도진이 공식 행사와 빨간 마후라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다보니 거기에 신경 쓰던 공보 장교님께서 뜽금없이 정비팀을 따라다니겠다고 나섰던 PD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상부로부터 벼락을 맞은 공보장교가 부랴부랴 저를 체포(?)하러 왔고, 저는 덩치 좋은 병사 둘에게 달랑 들려 나가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 모양를 보면서 블랙 이글 정비팀은 폭소를 터뜨렸지요.

 "블랙 이글 창설되고 정비팀 찍으러 온 건 처음이거든요.  상부에서도 우릴 찍는다는 걸 깜박했나 봐요.  우리는  방송 나온다고 단체로 사우나하고 왔는데 말입니다. 으하하" 

  마침내 블랙 이글은 고고한 울음을 내지르면서 활주로를 갈랐습니다.  태극기를 비롯해서 갖가지 그림을 푸른 하늘에 펼치고, 아찔한 곡예비행을 펼치며 사람들의 탄성과 비명을 자아내던 블랙 이글을 목이 아플 정도로 올려다 보기를 한참, 블랙 이글 정비팀은 곡예가 끝나기 전 철수 버스에 올라야 했습니다.  그래도 올 때는 수송기를 타고 왔는데,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강원도 기지로 돌아가야 한다더군요.

 그들의 뒤를 쫓아 버스에 올라탔을 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저는 웬지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버스 안의 정비팀 모두 하나같이 양쪽 창문에 매달려 블랙 이글의 에어쇼를 지켜보고 있었던 겁니다. 고개를 길게 빼고, 하늘로부터 시선을 빼지 않으려 발버둥치면서 말입니다.  5번기 연기가 제일 깨끗하다는 둥, 1번기 색깔이 제일 예쁘다는 둥 마치 운동회 나간 자식들의 매스게임이라도 지켜보는 듯 흐뭇한 다툼을 벌이고 있었지요.  굳이 그 심경을 묻지 않아도 그 얼굴들에는 그들의 '새끼들'에 대한 긍지가 하늘처럼 푸르게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블랙 이글 편대가 그려 낸 하트 모양의 구름 아래로 버스는 털털거리면서 떠났습니다.  그때까지도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던 하얀 마후라들을 바라보면서 저 역시 괜히 어깨에 힘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구름 따라 흐르는" 파일럿은 아닐지라도, '특별하지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빨간 마후라를 태운 그들의 새끼를 한없이 자랑스레 바라보던 하얀 마후라들 역시 공군 50주년이 빠짐없이 기려야 할 사람들이며 제가 그들을 조명하는데 한몫을 했다는 으쓱함이 저 자신을 싸고 돌았던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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