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년 모월 모일 모시
베낭하나 달랑메고 가출을 했다.
잠시후 옌타이창투치쩌잔에서 제남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비 118원)
창 밖의 경치...대동소이....
창 안의 나그네... 재미 별로....
창문 카텐을 닫고 중국어책을 폈다.
한참 후... 옆에 앉은 청년이 내 책을 힐끔 쳐다보더니......
한국인이냐?
중국에 온지는 얼마냐?
나이는 얼마냐?
대학을
졸업했느냐?
한국의
집은 어디고 고향은 어디냐?
중국 어디에 사느냐?
어떤 사업을 하느냐?
부인도 중국에 같이 사느냐?
공자 고향과 태산에 가보았느냐?
별걸 다 물어보는 청년....
21살의 중국 현역군이었다. 그런데 사복을 입고 있었다.
연태시 복산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고향은 지링(濟寧)이라고 했다.
지난(濟南)창투치쩌잔에 도착.
제남시는 산동성의 성도로서 2004년말 현재 인구 590만명의 도시이다.
어디로 갈까....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집을 나섰드니 정보가 없다.
우선 시내지도를 샀다.
동서남북을 구분 못하겠다.
전에 한 번 가본 제남역 앞으로 일단 가보자.
택시기사에게 물어 보았다.
“여기서 제남역까지 택시비가 얼마쯤 되나?”
“10원정도...” 택시를 탔다......“제남역 가자”...
“한국식당이 많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아느냐?”
“제남엔 한국식당이 아주 적다.”
“한국인, 한국기업도 아주 적다.”
“한국식당은 제남사범대학 부근에 4개 정도 있다.”
얼마 안가서 제남역에 도착했다.
“차비가 얼마냐?”
“10원이다.”
“아주 가까운 거리인데 무슨 10원이냐?”
“기본요금밖에 안될 것 같다.”
“왜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았느냐?”
“10원이라고 이야기 하니 당신이 탔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손님이 타면 응당 미터기를 사용해야 하지 않느냐?”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
일단 10원을 주고 잔돈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잔돈을 줄 생각을 하지 않고 버틴다.
“그러면 공안에게 신고하겠다.”
나를 쳐다보며 1원을 돌려준다.
1원정도 더 받아야 할 것 같은데....포기했다.
앞으로 한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워도 된다는 생각을 고쳐준 것으로 만족 하고...일단락....
택시 타고나서 바로 미터기를 사용하는지 확인 안한 것이 잘못이었다.
주변을 한 참 걸었다. 날씨가 매우 덥다.
배도 고파왔다. 차 속에서 김밥 몇 개와 초크렛을 먹었지만...
시계를 보니 4시가 가까이 된다.
일단 택시를 잡았다.
“한국식당이 있는 곳을 아느냐?”
“주인이 한국인이냐?”
“그곳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느냐?”
“딱 한번 가서 먹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식당으로 가자.”
도착한 곳은 외부와 달리 내부는 엄청 큰 식당이었다.
냉면과 시원한 맥주 한 병 주문......
손님은 나 혼자 뿐이다.
식당주인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식사...
그는 나이 60살, 대구 D초등, D고, 서울 H대 졸업...
한국제약회사의 중국 책임자로 있다가....퇴직 후 중국에 눌러 앉아 있다고 했다.
중국에 온지 4년...아직 중국말이 잘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신문을 읽고 필담은 가능하다고 한다.
소학교 입학 전 천자문을 공부했다고 했다.
나도 천자문을 떼고 소학교 입학을 했는데....
중국교민회와 한국상공인회에 대한 것들은 많이 알고 있었다.
제남 산동대학에서 어학연수을 하고 있는
소학교 4년 선배...그럼 64세?...예비역 투스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60의 나이....
그런데 사랑하는 마누라와 가족은 모두 미국에 살고 있단다.
그가.... 왜? 무엇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지.......
완벽한 행복을 가진 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넓은 대륙 중국땅에 홀로 사는 그양반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다음 제남에 갈 때는 그양반의 중국에서 사는 법을 좀 배워와야 겠다.
한 수 가르쳐 줄란지 모르지만..........................
"제남에는 60명 정도의 한국인(유학생 300명 제외)이 살고 있다."
"우리 식당에는 한 달 평균 800명의 한국인이 다녀간다."
제남과 태산을 관광하러 온 단체여행객을 유치하는 모양이다.
"처음 개업할 때는 한국에서 주방장을 대리고 왔다."
"주방장월급 4백만원, 숙소제공....부담이 되었다....한국으로 보냈다."
"지금은 조선족이 주방장이다." ......그래서 음식맛이 엉망이구나........
연대시에는 최근 대형 한국음식점이 많이 생겼다고 하자......
"중국에서는 매년 100개정도의 한국식당이 생기고 같은 수의 음식점이 문을 닫는다."
그럼....그 많은 창업비가 중국땅에 뿌려지고......
한국인의 돈이 중국인의 주머니로 들어간단 말인가......아깝다.........
"이런 현상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현상이다. "
교민이 별로 없는 곳엔 한국식당이 없어
여행할 때 식사문제 어려움이 많다고 하자....
"그렇지 않다. 지금은 중국 어느 지방에나 한국식당이 있다."
심지어 남방 어느 소도시에는
한국기업 한곳이 있는데 한국식당이 하나 생겼다고도 했다.
나에 대해 물었다.
중국에 온지 2년...
요즘 모두가 불쌍히 생각하는 은행원생활을 하다가...
여차저차해서 중국까지 흘러 왔다.....중국생활에 만족한다.
송씨는 원래 중국왕족의 후예이고....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분이 한국 송씨의 시조이다.
다시 말해 중국 송씨와 한국 송씨의 시조가 같다.
나의 선조가 원래 중국인이기 때문인지...... 난 중국이 참 좋다......
나의 카이완샤오(농담)에 그양반도 ㅎㅎㅎㅎㅎ
“제남의 생활정보지가 있으면 좀 보여 달라.”
“제남엔 교민이 적어 교민소식지가 없다.”
“민박집도 없다. 원하면 숙소를 소개시켜 주겠다.”
중국 각지의 민박집 이야기로 흘렀다.
그는 매년 몇 차례 요녕성 단동시에 간다고 한다.
“단동에 가면 압록강민박이라는 민박집에서 항상 묵는다.”
“압록강 건너 신의주시가 코앞에 바라보이는 곳에 있다.”
“숙박비가 호텔보다 훨씬 싸고, 깨끗하고 편리하다.”
“청도시에 가면 돌담집민박이 아주 좋다. 해변 가까이에 있다.”
민박집 예찬론자인 것 같다.
나도 최근에는 여행 중에 민박을 애용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단동이야기......
“단동엔 북한인도 참 많다.”
“한국인도 엄청 오는 곳이다.”
“북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도 된다.”
“단, 가급적 말을 삼가고...안전에 특히 주의하라.”
“김정일 험담은 절대금물......”
그는 통일부로부터 북한인 접촉허가도 받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국산이라고 말하는 해산물, 농산물 90%가 북한산과 중국산이다.”
“매년 한 두 차례 북한인과 해산물 무역을 하고 있다.”
“년간 3백만불 정도 된다.... ” 짭짤하겠는데........
단동에 갈 때는 제남에서 기차를 타고 간다고 했다.
김밥 한 두개, 과일, 술 한병 준비.....
하루 가까이 걸리는 기차여행......
대련이나 심양까지 비행기 타고 가서 택시 타면 고생 안 해도 되는데....
연간 수십억의 돈을 만진다는 말을.... 믿을까 말까.........ㅎㅎㅎㅎ
주요관광지와 밤거리를 구경하고.....
바오투치엔공원 입장료 15원
식당부근으로 돌아와 비교적 깨끗하게 보이는 빈관(賓館)에 들어갔다.
그런데 방이 없단다......식당 주인에게 SOS......
식당직원인 중국인과 같이 개업한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빈관으로 갔다.
5층 전체가 룸으로 된 엄청 큰 빈관이다.
모든 방이 침대 2개인 표준방만 있는 곳이다.
하룻밤에 268원으로 되어 있지만 168원을 달라고 한다.
숙박부등기를 위해 거류증을 제시했더니.,...
“有滅有本地人的?.....제남사람 신분증 없어요? ”
외국인이 투숙할 수 없는 곳인가.....
중국에서 외국인은 3성급 이상의 호텔에서만 투숙이 가능하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급히 중국인이 식당으로 돌아가 자신의 신분증을 가져오고......
야진(押金) 300원 지불하고 체크인 완료.......
중국에서는 호텔 체크인 할 때
숙박비의 150%-200%애 해당하는 보증금 성격의 야진을 선불해야 한다.
퇴방(退房)할 때 정산한 후 돌려받는다.
중국인 신분증 카피본도 하나 가지고 다니면 좋을 듯 하다.
전화, TV, 샤워시설, 수건, 화장품 등등....
호텔에 있는 것은 모두 있는 깨끗한 곳이다.
체크아웃을 위해 프론트로 갔다.
야진 300원- 숙박비 168원 = 132원
그런데 122원을 환급해 준다.
“10원은 무슨 돈이냐?”
“Room의 물건을 사용한 돈이다.”
????????????????
“나는 방안의 어떤 물건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다....체크인 담당 복무원이 사용한 물건이 있다고 한다.”
“무슨 물건이냐?”
복무원이 물건의 이름을 말했지만 무슨 물건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럼 지금 방에 가서 체크인 담당 복무원와 같이 확인해 보고 오겠다.”
복무원은 내가 사용했다고 주장한 물건의 케이스를 보여 주었다.
아주 적은 영어로 되어있어 볼 수가 없었다. 글자가 커도 모르겠지만.......
아니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볼 필요도 없었다.
외관상 사용한 흔적이 안 나타나도록 교묘히 포장이 뜯겨져 있었다.
절대 내가 사용한 적이 없다는 말에....
그럼 “워쩐머빤”(어떻게 하느냐)만 반복했다.
그럼 나는 어쩌란 말이냐?
무슨 물건이냐고 물었지만 복무원이 말하는 물건의 이름을 알 수가 없다.
“케이스 내부의 물건을 보여줄 수 있느냐? ”
여종업원이 난처해하는 듯하다가 결국.... 케이스를 열었다.
콘돔이었다. ㅋㅋㅋㅋ....
그가 말한 “안치엔따이(安全帶)”가 콘돔이란 말인가? ㅎㅎㅎㅎ
콘돔은 避懷妊帶로 들었는데....ㅎㅎㅎㅎ
결국 복무원과 함께 사무실로 가서 링따오(領導)를 만나고....
컴퓨터기록을 확인한 결과 전날 투숙객이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나는 룸담당 복무원과 프론트 회계담당직원으로부터
뿌하오이스(不好意思: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를 받고 10원을 돌려받았다.
옌타이로 돌아오기 위해 창투치쩌잔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배낭을 멘 것으로 보아 여행객임을 알아차린 듯...
비교적 말쑥한 옷차림을 한 30대의 여인이 달라붙는다.
얼굴을 보니 동업자(?) 평균을 능가하는 미모이다.
“닌스 번디더(本地的)?” (제남 본토 분이십니까?)
대답도 하지 않고 걸어가니 더 이상 추격을 하지 않는다.
옆에 같이 걷고 있는 젊은 남자 왈....
"저런 여자는 나쁜 사람들이다."
“어떤 나쁜 짓을 하느냐?”
“환치엔 등등”.....
아마 “현금 네다바이” "환전시 가짜돈의 교환" 등를 말하는 듯 하다.
이런 사람들은 외국여행객을 통해 가짜 돈을 소화시킨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특히 50원권과 100원권에는 가짜가 많다.
매춘을 하는 여자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중국의 기차역, 버스터미널...어느 곳에나 이런 여자가 있다.
옛날 한국의 역과 버스터미널 부근에도 이런 업자들이 많이 있었지....
어쩜 사람 사는 사회는 이렇게 비슷할까..............
옥수수, 땅콩, 콩, 고구마가 대부분인 중국 들판...
풍요한 수확을 기다리는 넓은 들판 길을 달리는 고속도로...
118원의 돈으로 5시간의 외국땅을 드라이브하는 것은
정신건강을 위한 괜찮은 투자인 듯 하다.
조금 더 있으면 이 들판이 황금물결로 변하겠지......
다음 달 태산을 오를 때는 끝없는 황금들판을 볼 수 있겠군....
저녁때쯤 옌타이 도착...
중간 중간 고속도로상의 사고발생으로 1시간 늦은 6시간이 걸렸다.
단골집으로 가서 등심 한 접시와 시원한 맥주 한잔......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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