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스크랩] 수락산의 기묘한 바위들

鶴山 徐 仁 2005. 9. 3. 09:27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오르는 산은 아무래도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일 것이다. 멀리 있는 산보다는 가까운 산에 오르는 것이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승용차가 흔하여 기동성이 좋은 편이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산을 찾으려면 시외버스에다, 기차에다, 경우에 따라 택시까지 타야 했기 때문에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 감자바위
ⓒ2005 이승철
평소 산을 좋아하는 편인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서울 근교의 산, 특히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은 보통 수십 번씩 올랐다. 산을 찾는 것에 무슨 특별한 목적이 따로 있을 수도 없었다. 그냥 산이 좋아서 산에 오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 산에서 시원한 경치를 보며 그냥 만족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던 것이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부터 산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산을 오를 때면 무언가 다른 눈으로 산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산은 옛 산이로되 보는 눈은 달라진 것이다. 물론 산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든지 새로운 시각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버릇도 생겼다.

7월 7일 수락산을 등산할 때도 그랬다. 친구와 같이 오르는 산행이었다. 골짜기의 나무나 바위 하나하나가 예사로운 것들이 아니었다. 옛날 같았으면 '오늘은 되게 무더운 날이구만'하고 생각하거나 '요즘 비가 많이 내려서 골짜기에 흐르는 물이 많아서 좋군'하는 정도의 감흥에 그쳤을 것이다.

▲ 손가락바위
ⓒ2005 이승철
그런데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노라니 골짜기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꼭 사람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약간 찡그린 듯한 모습의 대머리 아저씨다. 그래서 친구를 불렀다.

"어이 친구. 이 바위 좀 보라고, 꼭 자네 머리 닮지 않았나? 그것도 대머리까지… 어때?"

그러자 앞서가던 친구가 별걸 가지고 다 농담을 한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내가 바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마지못해 다가와 바위를 살펴본다.

"응, 그런 것 같기도 하군, 그런데 내 머리가 아니라 오히려 자네 머리를 더 닮은 것 같은데…. 머리통이 큰 것도 그렇고 말이야, 하하하하."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근처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아저씨들 모자 한 번 벗어보세요, 누구를 더 닮았는지 우리들이 봐 드릴게요."

우리들이 모자를 벗자, 바위와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던 아주머니들이 킥킥 웃으며 나를 가리킨다.

"아무래도 아저씨를 더 닮은 것 같은데요, 저쪽 아저씨는 머리가 너무 작아서…."

"거봐. 내가 뭐랬어, 꼭 자넬 닮았다니까. 땀 흘려서 머리카락 몇 개 있는 것마저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까, 영락없는 저 바위야, 하하하."

▲ 철모바위
ⓒ2005 이승철
그래서 그 바위를 '대머리바위'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친구 놀려주려다가 오히려 내가 놀림을 당했지만 앞으로 수락산에 갈 때면 그 대머리바위가 더 정겨운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날씨는 덥고 습하여 깔딱고개를 오르기가 상당히 힘이 든다. 고갯마루에서 땀을 닦으며 어제 과음을 하였다는 친구가 걱정이 되어 어느 쪽으로 오를지 선택을 하라고 하였다. 정상 쪽으로 오르는 길이 훨씬 힘들고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매주 등산을 하여 자신이 붙은 친구가 선뜻 정상 쪽을 가리킨다.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길은 대부분 경사가 가파른 바윗길이다. 안전을 위하여 바위에 쇠말뚝을 박고 쇠밧줄을 설치하여 놓았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땀이 줄줄 흐른다.

조금 오르다보니 매끄럽게 경사진 바위에 커다란 코끼리 발자국처럼 움푹 들어간 곳이 보인다. 이번엔 친구가 먼저 발견하고 눈짓을 한다. 내가 코끼리 발자국 같다고 하자 친구는 날씬한 아줌마 배꼽 같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래서 뒤따라 올라오는 여자 등산객 몇 명에게 물어보았다.

▲ 저 봉우리가 수락산 정상
ⓒ2005 이승철
"이것이 무엇처럼 보이세요? 코끼리 발자국 같으세요? 아니면 배꼽처럼 보이세요?"

그러자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 등산객들 한 사람이 내려다보다가 다른 친구를 가리킨다.

"예! 이거 꼭 너 배꼽 같지 않니? 날씬한 것도 그렇고…."

"어, 정말 그러네."

그러자 친구가 짓궂게 한마디 보탠다.

"아주머니 미인이시네요. 이 바위 좀 보세요, 얼마나 매끄러운지 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 아주머니 정말 날씬해 보이는 몸매다. 힘들어하지 않고 바위산을 올라오는 등산 실력이 보통 실력이 아니다. 친구들에게서도 인정을 받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낯선 사람의 농담에도 매우 기분 좋은 표정으로 깔깔거리며 웃는다.

▲ 배낭바위
ⓒ2005 이승철
'배꼽바위' 이렇게 또 하나의 바위이름이 생겼다. 전부터 같은 이름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바위이름을 하나 지어주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날 과음을 하고 아침도 시원찮게 먹고 나온 친구가 허기가 진다고 하여 바위 옆 나무그늘에 앉아 간식으로 가져온 빵을 먹었다. 한 두 입 먹었을까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청솔모 한 마리가 뽀르르 달려와 우리들을 빤히 쳐다본다. 이 녀석 겁도 없이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와 '아저씨, 나도 배고픈데 조금 나눠주시면 안 될까요?'하는 표정이다.

내가 빵을 떼어 툭 던져주자 처음에는 깜짝 놀라 후다닥 달아났던 녀석이 금방 나타나 바위 위에 떨어져 있는 빵 조각을 앞발로 받쳐 들고 오물오물 먹는다. 먹는 모습이 여간 앙증맞고 귀여운 게 아니었다. 녀석은 빵 조각을 다 먹어치우고 다시 우리들을 빤히 올려다본다.

▲ 대머리바위
ⓒ2005 이승철
더 달라는 표정이다. 한 조각을 더 떼어주고 생각해 보니 이런 행동이 잘하는 건지 잘못하는 건지 금방 판단이 안 선다. 녀석은 이미 등산객들에게서 많이 얻어먹어 본 태도가 분명한데 야생의 작은 동물들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너무 가까이 접근하여 음식을 얻어먹는 것이 생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빵은 많이 있었지만 일단 그만 주기로 하고, 녀석을 뒤에 남겨 둔 채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녀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빵을 먹던 자리에 앉아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는데 큰 바위 위에 뾰족한 두 개의 형상이 나타난다. 우리보다 먼저 올라온 부자가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이 물었다.

"아빠, 이 바위 이름이 뭐예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이거 네 고추처럼 생기지 않았니? 고추바위라고 하자."

그러자 아들이 이의를 제기한다.

"아빠! 그런데 무슨 고추가 두 개씩이나 있어요? 그럼 큰 건 아빠건가? 아니야. 이건 손가락 같은데. 이렇게."

아이가 검지와 가운데 손가락을 펼쳐 보입니다. 마침 그 때 우리들을 뒤따라 올라온 한 등산객이 거들고 나섰다.

"맞아, 이게 손가락바위야!"

그러자 아들이 거보란 듯이 아버지 앞에 손가락을 흔들어 보인다. 사람의 키보다도 약간 더 크긴 하지만 정말 손가락처럼 생긴 바위다. 그래서 아마 전부터 이미 손가락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바위인 모양이다.

▲ 배꼽바위
ⓒ2005 이승철
그렇게 허위허위 산을 올랐다. 처음에는 자신 있게 정상 쪽을 택하였던 친구가 힘이 들어 쩔쩔맨다.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올랐던 봉우리에서 저쪽 태극기가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이라고 가르쳐 주자 주저앉고 만다. 역시 전날의 과음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았다.

잠깐 앉아 쉬면서 이제 다시는 등산 전날 과음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정상을 포기하고 당고개역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쪽 능선으로 접어들자마자 멋진 바위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 종바위
ⓒ2005 이승철
"야아, 저거 봐? 저 바위도 뭔가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글쎄, 이름이 뭘까?"

그러자 지나가던 사람이 알려준다.

"철모바위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이 서 있는 근처 안내판에도 철모바위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에도 이미 철모바위는 알고 있었는데 요즘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보는 철모라기보다 나폴레옹 군대의 군모처럼 생긴 철모바위를 뒤로 하고 산을 내려가다가 다시 밧줄을 잡고 오르는 길 왼편에 커다란 바위가 보이고 그 큰 바위 옆으로 옛날 학교 종처럼 생긴 바위 하나가 보인다. 생긴 모양이 너무 닮아 있어서 툭 치면 뎅그렁하고 종소리를 낼 것 같은 모습이다.

▲ 우리 옆에서 빵을 얻어먹고 있는 청솔모
ⓒ2005 이승철
종바위라는 이름을 하나 더 붙여주고 건너편 능선을 보니 아주 커다란 바위 두 개가 등을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그 중 하나는 마치 직사각형 배낭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물으니 정말 배낭바위란다.

조금 더 내려오다가 보니 길을 잘 못 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 건너편에 또 하나의 커다랗고 둥그런 바위 봉우리가 보이는데 흡사 커다란 지구본을 옮겨 놓은 것 같다. 그 바위 위에는 몇 사람이 올라가 있고 한 쪽 면에서는 암벽 등반 연습하는 사람이 있다.

이 바위가 바로 감자 바위다. 하나의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커다란 바위여서 작은 느낌의 감자바위라는 이름이 어설프긴 하지만 모양은 분명히 둥그런 감자 모습이었다.

▲ 탱크바위
ⓒ2005 이승철
당고개역 쪽으로 하산하겠다던 처음의 계획은 길을 잘못 들어 처음에 등산을 시작하였던 골짜기를 통하여 나올 수밖에 없었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허기지고 힘든 등산이었지만 온통 바위투성이 수락산의 바위들을 새롭게 관찰하며 즐겁고 유쾌한 산행이었다.


 
가져온 곳: [나노식품/나노푸드 (Nanofood)]  글쓴이: Truescience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