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동기시대가 요동치고 있다. 많은 고고학자들이 믿고 따르던 기원전 10세기 무렵이라는 한국 청동기시대 개막
연대가 전국 곳곳에서 깨지는 소리를 내며 어느새 기원전 15세기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탄소연대와 같은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채 만주와 북한지역 청동기시대 시작이 기원전 15세기쯤 되니까 그 남쪽인 남한지역은 빨라봤자 기원전 10세기를 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청동기시대 개막 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 자신이 남한지역 청동기시대 개막 연대를 기원전 7세기로 설정했다가 기원전 10세기로 올리면서도 '나는 아무리 잡아도 남한지역 청동기 시대는 기원전 7세기를 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공언했던 한국고고학의 대부 고 김원룡. 그가 살아있어 남한지역 곳곳에서 확인되는 청동기시대 유적과 유물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결과가 기원전 10세기를 훨씬 뛰어넘어 기원전 15세기로 달음박질하는 현상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기원전 10세기라는 남한지역 청동기시대 개막은 90년대 이후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확인되는 목탄이나 목재 같은 유기물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 결과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수치임이 분명해 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지금은 남강댐이 들어선 진주 일대 청동기시대 유적. 지난 96년 이후 지난해까지 16개 기관이 투입돼 대대적인 발굴을 벌인 결과 이곳에서는 대규모 주거지를 비롯한 수많은 청동기시대 유적과 유물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들 청동기 주거지에 대한 탄소연대치 몇 개가 우선 나왔는데 약속이나 한 듯이 그 연대가 기원전 13~15세기 즈음으로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대박물관이 최근 발굴한 전남 순천 중내리 유적의 경우 청동기 시대 주거지 2곳에 대한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원전 15세기 전후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청동기시대 설정을 제로베이스 예산을 짜듯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됨을 보여주고 있다고 서울대 최몽룡 교수는 지적한다. 이미 80년대 중반 남한지역 청동기시대 시작을 기원전 13세기로 설정한 바 있는 목포대 최성락 교수는 '당시까지 탄소연대 같은 과학적인 근거로 제시한 연대가 기원전 13세기였는데 주목하는 이가 없다시피 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청동기시대 개막연대가 올라가면서 이 시대 대표적인 유물과 유적으로 평가되는 이른바 비파형동검(한국식동검)과 고인돌 축조시기 또한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탄소연대가 기원전 800년경으로 나왔음에도 이 연대가 지나치게 높다 해서 기원전 6세기쯤으로 보던 부여 송국리 유적 출토 비파형동검의 경우 탄소연대 결과나 만주지역 비파형동검 연대를 봐도 기원전 8,9세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포대 이영문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학계가 설정한 한국 청동기시대가 붕괴되고 있는 현상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높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설정한 한국 청동기시대 개막이나 그 대표적인 유물들에 대한 시대 편년이 대단히 작위적이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한국 고대사를 말살하는데 혈안이 됐던 일제 식민사학은 고대 한국은 청동기시대를 거치지 않고 석기와 철기를 함께 사용하다가 곧바로 역사시대로 돌입했다고 보았다. 석기시대와 역사시대 사이에 이른바 금석병용기(金石幷用器)라는 희한한 시대를 설정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들어 북한에서 청동기가 활발히 발굴, 발견되면서 남한 학계는 충격에 휘말렸다. 청동기시대는 없다던 남한 학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마디 반성 없이 한국 청동기시대 개막을 기원전 2,3세기로 잡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시작 연대를 기원전 5세기, 7세기를 차례로 뛰어넘어 지금은 기원전 10세기로 설정했다. 없던 청동기시대가 어느 날 하늘에 떨어지듯 난데없이 출현하더니 기원전 10세기까지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은 30,40년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어떤 고고학자는 '지금까지 한국 청동기시대 연구는 천박하다'고 혹평하면서 '(청동기시대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
출처 : 한국고대사의 비밀을 밝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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