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페르난데즈에 대해 들어 보았는가? 그의 실제 이름은 알렉산더 셀크레이그. 그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다.
1676년 스코틀랜드에서 신발 만드는 부모 슬하에 태어난 그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항상 싸우기 좋아하는 기질 때문에 교회에서 ‘불경한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비난 받은 후 해적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1703년 10월 해적선 선장과 심하게 다툰 그는 배를 떠나 태평양의
작은 섬에 내렸다. 그는 작은 무인도에서 홀로 4년 4개월을 살다가 다른 배가 섬을 지나갈 때 이 섬을 떠났다. 알렉산더 셀크레이그의 이
이야기는 소설가 다니엘 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마침내 유명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가 탄생하게 되었다. 소설 제목 그대로의 이름을 가진 이
로빈슨 크루소 섬은 칠레의 후안 페르난데즈라 불리는 다도해의 많은 섬들 중 하나로, 남미 대륙에서는 670km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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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오래된 스페인 교회의 폐허. |
41세의 나이로 황열병에 걸려 죽어갈 때, 그는 아름다운 후안 페르난데즈를 떠나야 하는 것 말고는 인생에서 후회하거나 슬픈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한다. 수많은 산들로 이루어진 푸르른 작은 낙원 로빈슨 크루소 섬에는 현재 500여 명의 사람들이 맛있는 랍스터를 먹으며
시간을 잊은 듯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 섬은 단체 관광의 시끄러움과 리조트의 지루함에 질린 여행자들에게 미지로의 멋진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함을 갖춘 나라
아름다운 로빈슨 크루소 섬 말고도 칠레의 땅 곳곳은 매우
매력적이어서 북미와 남미 전체에서 최고의 숨겨진 낙원으로 꼽을 수 있다. 지구상에서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꼽을 수 있을 나라가 몇 안 된다면 그
중 하나가 칠레일 것이다. 나는 전 세계 곳곳을 여러 번씩 돌았고 무려 81개국을 여행했다. 사람들이 흔히 어느 나라가 제일 좋은지를 묻곤
하는데 이는 대답하기 몹시 어려운 질문이지만, 굳이 대답한다면 칠레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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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아타카마 사막의 모래 위에 그려져 있는 신비한 그림이 마치 외계인의 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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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는 매우 아름다운 나라로 북쪽의 사막에서 남쪽의 빙하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대비로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남미 대륙의 반을 잘라 놓은
길이보다 긴 나라인 칠레의 영토는 4,300km로 매우 길지만, 폭은 평균 175km이어서 세계에서 폭이 가장 좁은 나라로
손꼽힌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기후나 경치, 야생생물들 또한 매우 다양하다. 칠레 북부에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 위치해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드넓은 아와카마에 이르면 사막 중간 중간 펼쳐지는 터키석 빛이 나는 호수들과 그곳에서 거니는 핑크빛
홍학들을 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태평양 바다를 떠다니는 거대한 빙하들이 우리를 기다리며 이 극단적인 남과 북 사이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이 만들어지는 포도밭들과 사슴, 타조, 야생 라마들이 뛰노는 아름다운 계곡들이 칠레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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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가라(Chungara) 호수 근처에서 바라본 눈 덮인 화산. 이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4,500m)에 위치한
호수다. |
수세기에 걸친 이민의 결과 인종이 섞여서 1,500만 인구 중 70% 이상이 메스티조다. 토착민 집단 또한 여전히 칠레 인구의 3%를
차지한다. 5만 명의 아이마라 인디오들이 칠레 북부 볼리비아 국경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의 조상들이 옛날에 태양의 제국이라 불리며 현재의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와 칠레 일부 지역에 이루는 거대한 땅을 지배했던 강력한 잉카인들에 의해 점령당했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로칸 인디오들은 칠레 남부에 거주하며 칠레 중부 산악지대에는 수천 명의 마푸체 인디오들이 살고 있다. 이러한 토착 인디오들은
그들의 고유한 언어와 전통을 잊지 않기 위해 곡식의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축제를 마련하여 고유의 의식들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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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 마젤란 해협의 막달레나 섬은 수많은 펭귄들의 서식지다. (中) 양을 기르는 일은 칠레 남부의 주요 산업 중 하나다. (下)
티에라 델 푸에고에는 인디오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백인들의 식민지화 물결의 가장 큰 희생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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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의 작은 아이마라 인디오 마을에서 보냈던 여름 저녁을 기억한다.
그곳은 자갈이 깔린 도로들과 그림 같은 벽돌집들이 작은 오아시스를 둘러싸고 늘어서 있는 동화 속 마을과 같은 곳이다. 내가 마을 광장에 위치한
식민지풍의 하얀 교회 앞에 앉아 있을 때, 어디선가 케나라고 불리는 잉카 풀륫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들려왔다. 너무나도 감미로운 선율에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안데스 지역의 전통 음악은 한국이나 중국, 몽골의 음악처럼 5음계여서인지 그 음악이 동양적 정서를 듬뿍
담고서 나의 마음을 무아지경에 빠트렸다. 또 그 음악은 동시에 화려한 색의 펀초를 입고 아프리카나 칠레 북부에서 출발해 페루나 볼리비아 쪽으로
라마를 팔러 다니던 잉카의 캐러밴을 연상케 했다.
문 밸리를 방문하지 않고는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를 봤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문 밸리는 마치 달의 분화구 하나가 가라앉은 것처럼 깊이 파여 있는 황량한 소금 사막으로, 그곳 바위 꼭대기에 서서 바라보는 일몰은 평생 절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으로 기억될 것이다.
호수 근처 사나운 인디오들과 미친 프랑스인
언덕 위에 올라 에머랄드빛의 호수들을 내려다본다고
상상해 보자. 동시에 맞은편에 보이는 화산들이 꼭대기는 눈으로 뒤덮였지만 그 밑은 푸르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당신을 둘러싸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지금 칠레의 레이크 디스트릭트(호수가 많은 지역)의 전형적인 경치를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포효하는 폭포들과 아직도 연기를 내뿜는
화산들, 그곳에서 거품을 내며 끓고 있는 온천들,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호수들…. 이 지역은 우리에게 자연이 얼마나 경이로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지역이 자연 유산만 풍부한 채 문화적으로는 논할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곳은 수많은 매력적인
문화유산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은 용맹했던 마푸체 인디오들이 스페인 정복자들에 맞서서 300년을 싸우다 1800년 대 중반 마침내 무릎을 꿇었던
장소다.
동시에 낭만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였던 한 프랑스 남자가 칠레 정부에 대항하고자 독립적으로 인디오 부족들을 모아 그 자신을
아로카니아와 파타고니아의 왕으로 자칭했던 곳이다. 또한 이곳은 후아소스라고 불리는 칠레 목동들이 집결하는 장소였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현재
그곳의 로데오 경기나 쿠에카 댄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다운 파타고니아
바위투성이의 길을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나는 상록수가
우거진 숲을 지나 푸르른 산등성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을 압도하고 있는 장면은 거대한 화강암이었다. 나는 마침내 울퉁불퉁한 바위들로 된
산들과 눈부신 빙하들로 가득 찬 얼어붙은 땅 파타고니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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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 칠레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들이 모여 있는 지대에 위치한 오소르노(Osorno) 화산의 아름다운 자태. (下)
페트로웨(Petrohue)는 폭포들과 아름다운 토도스 로스 산토스(Todos Los Santos) 호수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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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도시 푸에르토 몬트를 지나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이르는 지점인 이곳은 수많은 작은 섬들과 피요르드들이 마치 미로처럼 펼쳐져 있으며, 그
미로 위로는 안데스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이 바다 바로 옆에 당당히 서있다. 남극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훔볼트 해류가 이곳을 감싸 언제나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가져온다.
파타고니아의 해안에서는 특이한 모습의 펭귄들이나 바다사자, 물개 등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곳의 바닷물은
고래와 돌고래들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실제로 많은 고래들이 이곳에 서식한다. 또한 이곳에서 잡히는 수많은 종류의 생선들과 어패류들은 칠레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다(보통 이러한 해산물들은 고춧가루나 아보카도 소스와 함께 요리된다).
나는 펭귄이 좋다. 마젤란
해협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잘 알려지지 않은 말타와 막달레나 섬은 5만 마리의 마젤란펭귄들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서로 서로에게 지고지순한 수컷과
암컷 펭귄들은 매년 이곳에서 만나 몇 달을 같이 살며 짝을 짓는다.
날 줄 모르는 새인 펭귄이 바닷가와 물속을 오가는 걸 지켜보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구경거리다. 막달레나 섬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등대에 서면 펭귄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돌아올 때 아장아장 걷는 귀여운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볼 수 있다.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케이프혼
칠레 남부 지역에서는 아마도 악명 높은 케이프 혼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을 것이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로 둘러싸인 예측불허의 케이프혼. 티에라 델 푸에고는 정말로 지구상의
끝인 것만 같다. 이곳 해안을 따라 거주했던 인디오들은 마젤란을 따라왔던 선교사들로부터 전염된 질병 때문에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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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과의 동물인 야생 구아나코들이 광활한 파타고니아의 들판을 서성이고 있다. |
미국의 유명한 작가 마크 트웨인은 “비누와 교육은 총과 같이 치명적일 수 있다. 다만 사람을 죽이는 데 총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라고 말하며 인디오의 멸종을 초래했던 성급했던 서구화라는 실수를 비난했다.
나는 12번도 넘게 이곳을 항해했던 것 같다.
매번 이곳을 지날 때면 언제나 마치 내가 어두운 지옥의 문을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을 겪곤 했다. 위도 53도선을 지날 때 마치 진노한 악마가
천국에 침을 뱉듯이 살을 에는 듯한 강풍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다.
사실 가끔씩
놀이동산의 귀신의 집에 가는 것을 즐기듯이 누구나 마조키스트적인 면이 있는지 이런 지옥에 있는 것도 특이한 즐거움을 준다. 실제로 대담한
네덜란드인 두 명에 의해 이곳이 발견된 이후로 수많은 위대한 항해자들과 탐험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으며, 많은 배들이 안타깝게도 거친 파도 속으로
가라앉았다. 매번 케이프혼을 지나갈 때면 언제나 스릴 넘치는 모험을 만끽할 수 있다.
ㅣ국가 정보ㅣ
공식 이름 칠레공화국 (Republica de
Chile)
면적 766,626㎢ (한반도의 3.5배)
인구 1,570만 명
수도
산티아고
인종 구성 메스티조 66%, 백인계 29%, 원주민 인디오 5%
언어
스페인어
종교 카톨릭 77%, 신교 12%
ㅣ여행 정보ㅣ
항공편 콴타스 항공을 이용하면 시드니에서 잠시 경유, 산티아고로 갈 수 있다.
그 외에 어메리칸 에어라인이나 란칠레 항공을 이용할 수도 있다.
비자 한국인은 비자 없이 칠레에 입국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기후 남북 총길이가 4,270km에 달하기 때문에 위도에 따라서
다양한 기후를 보인다. 북부는 사막지대, 아열대성 기후(연평균기온 16℃), 중부는 온대, 온화한 기후(여름은 건기, 겨울은 우기), 남부는
한랭기후, 강우량 풍부(연평균기온 9℃).
통화
1 페소=35원.
시차 한국보다 13시간
늦다(서머타임 시에는 12시간).
음식 감자와
옥수수, 콩 등을 주 재료로 유럽식 요리법을 이용한 요리들이 많다. 싱싱한 어패류와 연어는 반드시 맛볼 것. 매운 고추를 이용한 요리법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칠레산 와인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만찬이 될 것이다.
트레킹과 등반 파이네 국립공원 (Paine National Park)은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 중 하나로 간주되며, 이곳에서의 트레킹과 등반은 다양한 동식물들과 깨끗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다. 눈 덮인 산봉우리와 굽이쳐 흐르는 맑은 강물, 투명한 호수에 떠있는 빙하 등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