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스크랩] 고구마 밭에서

鶴山 徐 仁 2005. 8. 18. 18:53




어젠 강가의 참깨밭에서 풀을 메었는데
오늘도 햇살이 좀 덜 따가울 즈음을 택해
고구마 줄기를 정리하러 다시 강가 고구마밭으로 갔다.


엄마는 내가 고구마 밭에 간다하니
"뒤집어 놓아라" 하시는데 사실 뭘 어떻게 뒤집어 놓는지 확실한 건 모르고
대충 뒤집으면 되겠지 싶어

긴팔 웃옷에 긴 바지, 커서 걸을 때마다 똑까닥 또까닥 소리가 나는
제부의 장화를 신고 베트남 모자로 중무장을 한 후

빨간색 큰 바구니를 들고
강가텃밭으로 향한다.

휴일을 맞아 나들이 온 사람들이 강가의 여기저기에서 물놀이를 하고
낚시를 하고, 오토캠핑을 하는 차와 천막, 텐트들이 알록 달록한 색으로
강물을 거쳐 시야에 들어온다.

4시가 조금 넘어가는 그 시간에는

다행히 고구마 밭 근처에 서 있는 키 큰 나무가 그늘을 내리는 시간이어서
내리쬐는 땡볕은 피할 수 있어 좋았는데,
길지는 않은 한 이랑을 정리하다 보니 엄마가 말한

뒤집어 놓으라는 말의 뜻이 이해가 간다.

고구마는 욕심이 많은 식물인가보다.


자기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론 부족하던지
고랑을 거쳐 옆에 심어진 다른 고구마 이랑 틈으로

줄기 마디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려한다.


지나친 욕심은 잘라내지않으면

결국 그 고구마나 다른고구마 모두 튼실한 열매를 맺지못하고
작은 열매만 수두룩이 만들고 마니
자기 자리를 찾아주고 고랑에 뿌리내리고 옆 이랑에 자기줄기를 심는 것들을  

제자리로 옮겨줘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히 고구마 줄기들이 뒤집어지는 형상이 되는 거였다.


간간히, 굵고 야무진 줄기는 다듬어 까서 복아먹으려고 따 가면서

이리저리 뒤집고 자리 잡아주기를 일곱 이랑.


워낙에 땀이 없는 내게도 얼굴에 땀이 맺히기 시작하고
고구마줄기를 따내던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슬슬 아파온다

 




아직 반도 못했는데...

 

결국은 내일로 미루며
큰 바구니에 가득 담긴 고구마 즐거리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힘들고 지치지만

오늘 밭을 정리하며 배운게 많아 큰 수확이다.


여전히 강에는 물놀이하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즐거워 보이고
어느새 산 가까이 내려앉은 해가 강물을 은박지처럼 빛나게 하는데
강물을 바라보는 내 눈이 시리다.

잠시 바구니를 내려놓고 작은 나무그늘에 멈추어서 쉬는 중에
때를 이룬 잠자리들이

강가에서 자라는 키 큰 강아지풀 사이에서 즐겁다.

 

이제 곧 가을이 오는 소리가

잠자리 날개 속에서 파닥이며 음악처럼 들려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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