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용화" 찬42%·반55%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국제결혼’에 대해 66.8%가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그다지 없다 42%+전혀 없다 24.8%)고 답했다. 거부감이 있다는 응답(33.2%)의 두 배다. 성별에 별 상관없이 비슷한 응답비율을
보였다. 여성은 65.7%, 남성은 68.3%가 ‘거부감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10년 전과는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1994년 12월 갤럽조사에서 당시 20대(현재는 30대)는 64.7%가 ‘국제결혼에 거부감이
있다’고 응답했고, 35%가 ‘거부감이 없다’라고 응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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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민족주의는 기성세대보다 더 개방적이지만 자신의 이해관계가 우선이다. ‘국적포기자의 재외동포 자격 박탈 여부’에 대한 설문 결과
신세대 3명 중 2명(64.7%)은 박탈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절반 정도인 32.6%에 불과했다.
이는 국제결혼에 대한 거부감 여부에 대한 응답에서 보여준 개방성과 대비되는 폐쇄적인 태도다. 특히 군복무를 마친 사람은 82.2%가 재외동포 자격 박탈에 찬성 의견을 보였다.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은 전체 평균에 못 미치는 58.8%만 재외동포 자격 박탈에 찬성했다.
[그룹 인터뷰] "예쁘면 됐지, 국적은 왜
따지나"
영어공용화 문제에선 “공용화한다고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느냐”는 의견부터 “제주도 같은 관광지 몇 곳만 제한적으로 하자” “경제적으로
영어공용화를 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여론조사에선 병역기피를 위한 국적포기자들의 재외동포 자격까지 박탈해야 한다는 응답이
다수였지만 개개인의 문제로 들어가면 이런 분위기는 훨씬 완화됐다. 병역문제로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씨에 대해 “긍정적이지는 않다”면서도
“개인 선택의 문제로, 너무 몰아세워서 사람 망가뜨리는 것은 잘한 것이 아니다”라는 의견들이 나왔다.
[신세대들의 민족주의] 생활·문화에선 실리챙기는 '오렌지
민족주의'
74%가 긍정적인 것 떠올려
기성세대가 한국을 연상할 때 6·25전쟁, IMF사태 등 부정적이고 정치·경제·역사적인 것들을 떠올리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
신세대들에게선 긍정적 국가관과 자긍심을 읽을 수 있다.
4강(强) 신화를 이뤄낸 2002년 월드컵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813명의 전체응답자 중 29.3%가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2002년 월드컵이라고 답했다. 월드컵은 빨간색의 이미지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놓았다. 태극기라는 응답이 11.1%나 나온 것도 월드컵
효과로 분석할 수 있다. ‘월드컵 민족주의’라는 말이 결코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들 외에 김치(18.2%), 된장, 불고기, 비빔밥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코드들도 ‘한국하면 떠오르는 것’의 앞줄에 이름을 올렸다.
한복(5.9%), 한글(5.1%), 무궁화(3.0%), 태권도, 남대문, 하회탈 등을 꼽은 응답도 적지 않았다.
독도(13.1%) 이순신(11.1%) 임진왜란(1.7%) 등 최근 반일(反日) 감정을 반영하는 이미지들도 다수 등장했다.
반면 기성세대가 떠올렸던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신세대들의 머릿속에서 밀려났다.
‘6·25 전쟁과 분단국가’라는 응답(15.6%)만 전체 응답 중 3번째를 차지했고, 나머지 이슈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IMF사태는 불과 1%대였다. 전체적으로 한국하면 긍정적인 것을 떠올리는 비율이 74.3%였고, 부정적인 것은 불과 12%였다.
작년 12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 이상 기성세대들은, ‘경험한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인 것’으로 IMF사태(27.4%),
6·25전쟁(15.1%)을 1, 2번으로 꼽았다. 당시 조사에서도 20대 신세대에겐 ‘월드컵 4강’(43.9%)이 가장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반면 기성세대와 달리 신세대에겐 일제강점기(1.7%) 박정희(1.4%) 정치비리(1.4%) 광주민주화운동(1.3%) 등이 1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신세대에게 한국의 이미지는 정치·역사·체제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것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또 이번 조사를 통해 신세대들의 한국 이미지 형성에 TV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최진웅씨는 “축구 대표팀 유니폼이 빨간색이니까”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현재 흰색 바탕에 파란색인 한반도기(旗)가 빨강으로
바뀌면?”이란 질문엔 이구동성으로 “그건 별로”라고 했다. 파란색이 희망적인 반면, 빨간색은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태극기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장효주씨는 “가벼운 이미지”라고 했다.
“중학생 때 한창 태극기를 이용한 패션이 유행해서 그런지…”라고 했다.
“월드컵이나 외국에서 봤을 때 뭉클해진다”(김지원·장영운씨) “축구에 열광하다 보면 미친 듯 흥분하고 태극기도 들고
일어난다”(양혁성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