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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국경제 60년]맨주먹으로 일군 ‘한강의 기적’…압축성장의 빛과 그늘

鶴山 徐 仁 2005. 8. 15. 08:59
[격동의 한국경제 60년]맨주먹으로 일군 ‘한강의 기적’…압축성장의 빛과 그늘


[쿠키집중분석] ○… 해방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는 숨가쁘게 질주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맨주먹’으로 출발해 세계 11위 경제 강국의 신화를 일궈낸 격동의 60년이었다.

‘개발 경제의 성공 모델’ 이란 찬사를 들을 정도로 최단시간 내에 이룬 성공사의 엔진은 정부 주도 수출정책이었다. 고비 고비마다 한국인 특유의 역동성,위기에 강한 응전의 정신,부지런함이 함께 했다. 그러나 ‘압축 성장’의 부작용으로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댓가를 치르기도 했다.

한국 경제는 50년대까지도 최대 우방 미국의 원조로 근근히 버티던 후진 농업국이었다. 당시 국가 예산의 50% 이상이 미국이 지원해주는 돈으로 충당될 정도 였다.

원조에 의존해 수입대체 산업 육성 전략을 펴던 한국은 60년대 들어 수출 주도 공업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의 원조 삭감이 결정적 계기였지만 이때의 궤도 수정은 우리 경제가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차별화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2년 시작된 첫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로써 정부 주도 후발 공업국의 첫발을 내딛었지만 문제는 돈줄이었다. 일본과는 수교 전이었고,미국과는 정치적 갈등을 빚은 상황에서 5·16 쿠데타로 들어선 박정희 군사정부는 그 출구를 외국인 노동자 공급에 목말라 하던 전후의 경제 강국 서독에서 찾았다. 광부 5000명과 간호사 2000명이 이때 서독으로 보내졌다. 그들이 고국에 보내온 외화는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또 외자 조달을 위해 65년엔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졌다.

수출에 경제역량이 집중됐다. 수출의 날이 제정됐고 대통령 주재 ‘수출 진흥 확대 회의’가 매달 열렸다. 수출기업엔 각종 특혜가 주어졌다. 이때 재벌 탄생의 길이 열렸다. 70년 경부고속도로가 조기에 뚫렸다.

주력 수출품도 시기마다 달라졌다. 60년대 가발·봉제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 위주에서 70년대엔 철강·석유화학 등 중화학 공업 제품이 주력으로 떠올랐다. 중화학 제품 위주의 공업화로 전략이 수정된 이면에는 69년 ‘닉슨 독트린’으로 촉발된 안보 위기감이 작용했다.

80년대는 기계·조선·자동차·전자 등 자본재 산업,90년대에는 반도체·컴퓨터 등 정보·기술(IT)분야가 집중 육성됐다.

이제 이들 분야는 세계 시장에 우뚝 서 있다. 작년 기준으로 선박 건조량은 세계 1위,전자제품 생산량 4위,조강생산량 5위,자동차 생산량은 6위를 차지했다.

또 정부 주도의 맹렬한 산업화 정책 결과,우리나라는 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공업화의 첫 발을 내디딘 이래 불과 33년만에 이룬 쾌거다. 1인 소득 1만달러를 달성하는데 영국이 1769년 산업혁명 이래 218년이 걸렸고,미국 독일 일본 등은 100년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경제발전의 축이었던 ‘압축 성장’은 내부에서 부작용을 잉태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곪아터진 게 97년 말 외환위기였다. 외환위기는 표면적으론 한보그룹 등 대기업의 연쇄부도로 인한 외국계의 자금 회수와 태국에서 촉발된 동남아 위기의 확산 등 유동성 위기에서 촉발됐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난 30년 동안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생긴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정경유착과 과다 차입·방만한 투자,대마불사 신화 등 시장 기능은 왜곡됐고,금융시장 개방에 상응하는 감독체계를 정비하지 못하는 등 세계 경제환경에 대한 대응도 굼뜬 결과였다.

그러나 위기는 다시 기회로 이어졌다. 한국 경제가 또 한번 이변을 낳았다.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98년 -6.9% 성장률로 고꾸라졌던 한국경제는 이듬해인 99년 9.5%로 급상승했고 2002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고지를 재탈환했다. ‘금 모으기 열풍’으로 상징되는 한국인의 저력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뼈를 깍는 구조조정이 함께 진행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 경제 회생에 대한 조급증과 무리한 부양책은 2000년대 들어 벤처 거품 붕괴,카드 거품 붕괴 등으로 이어졌고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연 이래 10년이 되도록 ‘1만 달러의 덫’에서 못 빠져 나오고 있는 것도 앞으로 우리 경제가 풀어야할 과제다.손영옥 기자 yosohn@kmib.co.kr

압축 성장의 빛과 그늘

우리 경제가 지난 60년간 압축성장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해왔으나 그 이면에는 항상 성장위주의 경제운용에 따른 부작용과 어두운 그늘이 존재해왔다. 따라서 개발연대가 남긴 숙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사회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압축성장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전반에 걸친 양극화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실패,계층간 소득격차의 확대,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등이 극복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기업이 수출과 경제성장을 견인해왔으나 중소기업과의 분업·협력체제를 구축하지 못했고 경제성장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성장의 열매를 나눠갖는 분배 문제에 다소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는 성장률과 상관없이 양극화는 지속·심화될 것이고 종래의 부문간 양극화에서 전 부문,전 업종에 걸쳐 혁신선도집단과 한계집단간 격차가 벌어지는 전방위적 양극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적으로는 경제양극화와 함께 고용없는 성장,불안정한 저성장이 예상되고 대외적으로도 유동적인 세계경제 환경속에 중국의 경쟁압력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향후 10년간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등으로 잠재성장율은 2010년대에는 4.2%,2020년대에는 2.9% 수준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 필요한 구조조정과 제도정비가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2030년까지 잠재성장율이 기준치인 5%를 상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향후 10년내에 외국의 부품소재 및 기계업체를 유치해 국내 해당산업의 도약의 기틀을 구축하는 것이 중국 등 개도국에 대한 국내산업의 경쟁우위를 확고히 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실현하고 양극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교육,의료,전문사업자서비스 등에 대한 과감한 개방과 자율화를 통해 세계최고 수준의 고학력 인력을 활용,지식기반서비스의 생산성과 비중을 크게 높이고 선진국형 서비스산업 구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개발원(KDI) 우천식 박사는 "고성장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버리고 향후 10년간 우리 경제의 미래에 갖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혁신기반형 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제반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중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