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을 보면, 꼭 내가 싫어 가는 것처럼 슬프다.
있기 위해서는
없기도 해야하는 것이 인생사라지만
짧은 있음으로 기나긴 없음을 채울수는 없으니
나머지는 곧 눈물 아니면
망각이리라.
아플것이란 예고는 언제나 확실하고, 있다한들 아프지 않겠냐마는
곁에서 아프고픈 욕심이야 어찌 거둘수
있으랴.
한 두차례 매서운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참으면 되는 것이고,
한 두차례 서럽게 피고 지는 것에 눈을 감아 버리면 되는
것이다.
다만 만약 거기에도 달이 뜬다면
미라보 다리아래 하얗게 일렁이는 얼굴처럼 기억되고 싶은
것이다.
도끼를 위한
달
-나희덕
이제서야
7월의 중반을 넘겼을 뿐인데
마음에는 11월이 닥치고 있다
삶의 기복이 늘 달력의 날짜에 맞춰 오는 건 아니라고
이 폭염 속에 도사린 추위가 말하고 있다
11월은 도끼를 위한 달이라고 했던 한 자연보전론자의 말처럼
낙엽이 지고 난 뒤에야 어떤 나무를 베어야 할지 알게 되고
도끼날을 갈 때 날이 얼어붙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면서
나무를 베어도 될 만큼 추운 때가 11월이라 한다
호미를 손에 쥔 열 달의 시간보다
도끼를 손에 쥔
짧은 순간의 선택이,
적절한 추위가,
붓이 아닌 도끼로 씌어진 생활이 필요한 때라 한다
무엇을 베어낼
것인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안의 잡목숲을 들여다본다
그림 : Roger
Licot
[출처;치치 (chichiko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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