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스크랩] 청학동

鶴山 徐 仁 2005. 8. 4. 19:36
금요일 늦게 하동을 향해 출발 했다.
밤의 고속도로는 늘 내게 작은 두려움을 준다.
 
어두운 미지로의 단조로운 서두름은
가끔씩 포화 처럼 저 멀리 번득이는
헤드라이트에 부서지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또 하나의 기억들을 긁어 담으려
일어섰던 것이다.
 
밤에는 마땅히 찍을 것도 없고...더욱 두려운 모기는 잠이 없는터라......
소주 몇 잔 붓고 그냥 잤다.
 
시간이 아까웠는지...아니면 밥달라고 짖어대는
견공과 수탉의 아우성 때문이었는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다.
 
세수고 뭐고 그냥 일어섰다.

자욱한 안개 너머 뒤엉킨 수풀의 자연스러움...우리는 저런 모습을 두고
결코 무질서 하다고 말할 수 없다.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꽃의 이름은 잘몰랐고 잘모르고 그리고 아마도 잘모를것이다.
 

저 나뭇잎을 갉아 먹은 송충이의 변으로 생각되나 한편으로는
다른 존재의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아는게 없다.
다만 새벽 이슬이 촉촉한 저 나뭇잎의 싱그러움에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동네 이장님의 한 말씀이 시작될 것만 같은 확성기
사람이 사는 곳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저 깊은 산골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그리고 확성기도 전기도
필요했으리라.
하지만 이 시각 떠든다면 자던 사람들이 상당히
분노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한
그 시각에 확성기 소리를 들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먹어야 사는 법.
염치 불구하고 어항 두 개 계곡물에 설치 했다.....쩝 :P
희미하게 보이는 저 움직이는 것들이 물고기인데
아마도 은어라고 믿고 싶었다.
어항 속의 물질은 "된장"이다.
 
그 날 그 새벽에 두 개의 어항으로부터
모두 35 마리의 "은어"를 생포하여
내장 빼고 지느러미 떼고 하여 밀가루 묻혀서
튀겨 먹었다. <--- 실화임.
 
맛은...기가 막혔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청학동의 "삼성궁" 초입의 건물이다.
삼성은 환인, 환웅, 단군 이렇게 세 분
우리 할아버지를 일컫는 말이며
그 양반들을 청학동에서 모시고 있다는 말이다.
 
삼성궁 500 M 라는 푯말을 보며 조금 더 올라가니
나무로 지어진 이 고즈넉하고 품위 있는 집이 보인다.
집 모양도 독특하거니와 그 분위기는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삼성궁 내부 전경이다.
무슨 제단 같은데...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 검색하셔서
알아보시길.
 
세 양반을 모시고 있는 곳이 바로 "건국전"인데
그 곳으로 가는 길에 있는 돌담이
너무나도 우아하고 정겨워 보인다.
 
너무도 정성스럽게 예를 올리는 저 분의 마음엔
무슨 정성이 담겨 있었을까.
홍익인간, 이화세계
종교도 이념도 사상도 가치관도 다를지언정
그래도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혈연적으로 끈끈하게 얽힌 배달의 민족이다.
그러하기에 너무 배타적이어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음산하면서도 뭔가 위엄을 갖춘 건국전 내부 분위기.
 
저 분은 장철수 박사라는 분인데
독도 지킴이로 유명한 분이셨다.
하지만 지난 98년 1월
블라디보스톡에서 뗏목을 타고
독도로 향하던 중
조난하여 사망했다.
 
돌계단과 탑들 그리고 석상이 매우
아름답고 신기해 보였다.
 
돌담을 따라 연못도 잔잔하게
바람의 소리를 듣고
기억조차 없는 태고의 이야기를
저들은 주고 받고 있나 보다.
 
무슨 의미로 쌓은 돌탑일까.
 
삼성궁 구경을 마치고
덥고 지친 심신을 계곡으로 밀어 넣었다.
계곡물의 정지를 보라.
 
쏜살 같이 흐르는 계곡물을
카메라는 이렇게나 다소곳한 모습으로
달래어 놓았다.
누가 저 물이 잠시 후엔 4~5 미터 앞에 가있을
물이라면 믿을 것인가.
 
빠지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시원한 계곡 물의 유혹.
무심한 카메라는 물방울의 튀기는 순간마저
제가 가진 척도 속으로 끌어다 놓았다.
 
피서 못가신 님들은
이 사진을 보시고 간단한 요기라도 하시길.
 
그토록 연약한 물살이지만
끊임없는 정진으로
바위를 치고 마침내는 저 자리에 자신 만의
흔적을 새기리라.
 
자욱하던 잠자리 떼.
지금은 한가하게 나뭇가지 끝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한 철의 생명이지만
섭리는 변함없이
우리와 저들 모두 가운데 있어
교감하게 한다.
 
하늘하늘 아름다운 잠자리
아슬하게 거미줄을 비껴서 앉아 있다.
자신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저 거미줄의 아픔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이름 모를 꽃.
헝클어진 머리가 무질서해 보이지만
다시보면 너무도 단정한 아름다움이 묻어 있다.
 
이 꽃은 안다.
나리꽃이라고 했던가.
 
자연을 보면 다시 한번
나와 그리고 우리들을 되돌아 본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그리고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 많은 생명들이
나고 지고 또 돌아온다.
작년 저 자리에 있던 그 꽃이
지금의 저 꽃은 아니듯
우리가 지금 지니며 가는 시간들도
먼훗날엔 결코 우리의 것이 아니리라.
 
기다림과 아쉬움이 교차하듯
지나갈 때
나는 어느새
도시로 되돌아와 있었다.

 
가져온 곳: [어린왕자의 오래된 추억]  글쓴이: Deposo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