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스크랩] 뭄바이

鶴山 徐 仁 2005. 7. 12. 12:40

라즈다니는 역시 인도 철도의 자랑감인 모양입니다. 일본의 신간선이나 우리나라의 KTX처럼 별도의 역사(驛舍)는 없지만, 16시 출발 시간 훨씬 전부터 플랫폼을 점거하고 승객들을 마지 합니다. 제가 타는 2A 차량은 비행기로 치면 비즈니스 석 정도 됩니다.


장장 16.5 시간의 여정이라 우선 물을 한 병 사가지고, 자리를 찾았습니다. 제 자리는 2층 침대인지라 배낭을 2층에 올려놓고 아래층 좌석에 합석을 했습니다. 바깥의 더운 날씨와는 달리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주어 아주 쾌적합니다.


제 좌석과 같은 구역(compartment)에 동행하게 되는 3명을 보니, 거구의 중년 사내와 2명의 시크교도입니다. 그런데 이 2명은 우리나라 탤런트 송승환씨와 너무 닮은 잘 생긴 젊은이들로서, 터번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들입니다.


정시에 기차가 출발을 하자, 곧 물을 한 병씩 나누어 줍니다. 기차 타기 전에 물을 이미 샀기에 받지 말아야 하는데, 기차요금에 포함된 것이라는 생각에 받았더니 물병 간수하기가 거추장스럽습니다. 이어 수건, 침대 커버를 나누어 주고, 채식이냐, 아니냐를 묻습니다.


조금 있다가 따끈따끈한 사모사 1개와 짜이를 나누어 주고, 저녁 식사 할 때까지 계속 먹을 것을 나누어 줍니다. 라면 부스러기 같은 것, 콩 종류 간식, 아주 달디 단 케이크, 물 티슈, 입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향료, 종이비누, 망고주스, 토마토케첩, 사탕 두알, 다시 짜이 1 포트, 대략 이런 것들을 포함한 저녁 식사가 나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잠을 자는 사이에도 기차는 계속 달리고, 아침 6시가 되자 각 구역을 돌아다니며 불을 켭니다. 이윽고 조간신문을 배달해 주고 아침 짜이 서비스, 그리고 어제 저녁과 비슷한 아침식사를 마치자, 침대 커버와 모포 등을 수거합니다. 거의 뭄바이에 다 도착했다는 얘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쟁반에 식후 입 냄새 제거용 향신료가 수북하게 담긴 쟁반을 돌립니다. 고마움의 표시를 하라는 것입니다. 이러는 사이 정확히 아침 8시 30분에, 뭄바이 센트럴 역에 도착합니다.


뭄바이는 인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고, 그래서 배낭여행객들에게는 가장 고약한 도시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지라, 델리에서 인터넷으로 숙소를 미리 예약했습니다. 여행안내책자를 보고 그중 만만해 뵈는 Sea Lord 호텔이란 곳에 방을 잡았습니다. 택시를 타고, 인도에서는 흔히 겪는 그런 택시기사의 얼렁뚱땅(그 호텔은 이미 만원이다, 다른 호텔을 소개해 주마, 그리고는 엉뚱한 곳에서 다 왔으니 내리라고 하는 것 같은)을 겪으며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예약한 방은 에어컨이 나오는 방입니다. 호텔 도착시간은 9시 40분 정도. 호텔 체크인은 12시. 약 2시간여가 문제입니다. 물론 호텔에 빈 방이 있으면, 별도의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도 이 정도의 시간동안 원하는 방에 투숙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호텔에는 사정이 그렇지 못하답니다.


리셉션에서 제안을 합니다. 에어컨이 없는 방은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으니, 일단 그 방으로 들어가 있으면, 에어컨 있는 방이 준비가 되는 대로, 옮겨주겠답니다. 고마운 제안이기에 짐을 들고 에어컨 없는 방으로 갔습니다. 방은 에어컨이 없다 뿐이지, 새로 수리를 했는지 바닥의 대리석도 깨끗하고 화장실도 깔끔합니다. 천정의 선풍기를 틀어 놓으니 더위도 별로 모르겠습니다.


그대로 그 방을 사용한다면, 바로 짐을 풀고, 샤워도 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도 하고 할 텐대, 에어컨이 있는 방으로 간다는 사실 때문에, 그 방에서는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하기까지에는 불과 몇 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짐 풀고 샤워하고, 그랬다가 다시 짐을 꾸려서 에어컨이 있는 방으로 옮기는 번잡함을 생각해서 입니다.


그나저나 무엇을 하며 12시, 에어컨이 있는 방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까(?) 하는 생각 이외의 다른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12시까지 방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의 포로가 되어 꼼짝도 못하는 자신이 보입니다.


어차피 이곳 뭄바이에서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떠나온 것인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불편해 하다니,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다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아마 이 방을 옮기지 않고 쓴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경우에도 그 방을 영원히 쓸 수는 없는 법, 그것을 알기에 미리 길 떠날 준비를 합니다.


오늘 오후에 길을 떠나야 할 사람이, 짐도 꾸리지 않고 다른 일에 탐닉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도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를 않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입니다. 언젠가는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 그래서 방을 비워 주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임에도, 그를 기억하고 길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도착해서부터 방 비워줄 준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느냐?’ 이런 의문이 생겨야 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여기에 왜 왔는지(?)를 알아야 하겠지요. 분명 무슨 목적이 있어서 왔을 것입니다. 무엇을 얻으려고 왔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길 떠날 때 보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그 목적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 아닐까요?


우리가 그저 아무 의미 없이, 우연히 생겨나서 이렇게 한 평생 살다가, 그냥 사라져 버리는 존재일까요? 절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의미를 망각하고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일찍 깨달으신 분들에게서 가르침을 얻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다른 이 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라고 하신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그분의 가르침일 뿐만 아니라,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며, 예수님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목적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조금만 물러나 생각을 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을.....


이런 사유를 하는 사이 12시가 되고 에어컨이 있는 방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은 에어컨만 있다뿐이지 바닥도 화장실도 엉망입니다. 그렇다고 에어컨 없는 방에서 지낼 자신은 없고....


이렇게 뭄바이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져온 곳: [머무는 바 없이 마음 내기]  글쓴이: mwldfi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