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 ‘3월 분수령’과 한국의 선택[시평]
문화일보
입력 2026-03-03 12:01
|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美의 이란 공격 여파 예측불허 마두로 체포 뒤 하메네이 제거 군사·정보력 우위의 핀셋 전쟁 中 4일부터 兩會에서 전략 논의 트럼프는 오는 31일 중국 방문 국익 지킬 더 정교한 외교 필요 |
2026년 초입부터 국제질서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1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마약 밀매를 이유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축출하는 ‘트럼프식 작전’을 전개했다. 또, 2월 20일에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기반한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해 관세 재배치를 선언하고 관련 조치를 시작해 향후 혼란의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 상황에서 지난 2월 28일, 미국은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이란에 대해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감행했다. 표면상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 및 핵심 시설을 파괴한다는 명분이지만, 핵 협상 중에 공격을 강행해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이란 정부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을 민주·인권과 연계해 내부적 정권교체(Regime Change)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동 내 억지력 복원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미국 내 정치적 국면 전환도 고려했을 것이다.
사실 미국은 이전과 다른 형태의 군사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전면적 공격이나 지상군 투입이 아니라, 막강한 정보력과 군사 작전 능력의 우위를 결합해 원하는 만큼 타격을 입혀 공포를 극대화하는 핀셋 전술을 채택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주요 군부 지도자들이 사망했고, 중동 정국도 안갯속이다. 물론 향후 이란 정국이 미국의 의도대로 구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전히 군부가 주도하는 혁명수비대의 실권이 막강해 강권 통치가 계속될 수도 있고, 민중 봉기와 외부 압력에 의한 체제 전복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이미 상당한 분열상이 노출된 이란 사회를 당국이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들 사건은 기본적으로 트럼프가 주도하는 새로운 ‘미국식 질서’ 재편 시도와 연계돼 있다. 문제는 이 두 사건이 관세를 둘러싼 단순한 법적 논쟁이나 국지적 충돌을 넘어, 양보할 수 없는 미·중 간의 전략 경쟁이 ‘정당성’과 ‘지정학적 실리’를 둘러싼 고도의 수 싸움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는 4일부터 올 한 해의 국정 방향을 가늠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라는 양회(兩會)를 열고, 31일부터 4월 2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의 기본 방침은 미국 관세정책에는 ‘실리적 유연함’으로 대응하면서 그동안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질서’를 대체하는 중국식 ‘대안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중동 분쟁에 ‘명분 중심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미국 중심의 안보 질서가 흔들리는 틈을 타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를 앞세워 미국의 입지를 좁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3년에는 사우디-이란 간 복교를 중재했고, 2024년에는 하마스와 파타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14개 정파의 ‘베이징선언’ 채택을 중재하기도 했다. 중동은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축이며, 사우디와 이란은 중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석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페트로 위안’ 체제를 시험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란과는 25년 장기 전략 협정을 맺고 국제 제재를 받는 이란산 원유의 90%를 우회 수입해 이란의 경제적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일단 중국은 미국 관세정책의 ‘법적 불확실성’을 근거로 관세 인하와 기술 규제 완화를 압박하는 양면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이란 공격에 대해서는 미국의 군사 행동을 ‘주권 침해’이자 ‘중동 불안의 근원’으로 규정하며 반미 연대를 통한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에 주력할 것이다. 이는 양회에서 서방 의존 탈피와 독자 세력권 구축 선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미·중 경쟁이 누구의 시스템이 더 안정적이고 법적·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했는지를 묻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공급망 중심의 신(新)양극’ 체제가 언급되는 것도 힘의 대결보다는 시스템의 대결로 경쟁이 전이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 간의 복잡한 정당성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킬 정교한 외교 전략 수립이 중요한 이유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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