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데스크칼럼] ‘신의 직장’의 조건​

鶴山 徐 仁 2026. 2. 24. 16:55

칼럼·인터뷰 > 칼럼

[데스크칼럼] ‘신의 직장’의 조건

손희동 기자

입력 2026.02.23 06:00


 

“이게 진정한 금융치료”

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다. 지난해 47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에 따라 10%를 직원들에게 지급키로 했고 이에 4조7000억원이 성과급으로 풀렸다. 1인당 평균 1억4000만원 가량을 받게 됐다는 후문이다.

온라인상에서 ‘부럽다’는 기본이고, “월화수목금금금 일했을 것”이라며 자신이 워라밸은 나을 것이란 자조섞인 글, ‘좋은 일에 쓰시라’는 당부의 말, SK하이닉스 대신 다른 직장을 선택했다는 이의 후회의 글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하이닉스 회사 주변에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후한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온갖 마케팅·판촉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가히 올해의 ‘신의 직장’이라 불릴 법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의 직장하면 금융사 차지였다. KB와 신한, 하나, 우리 등 이른 바 4대 시중은행은 평균 1억원의 고연봉을 자랑했고, 안정적인 고용환경과 탁월한 복지로 구직자들에게는 무조건 1순위로 꼽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은행이라고 마냥 좋을 수만은 없었다. 디지털 전환으로 비대면 거래가 많아지고, AI가 많은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점은 계속 줄어들고 이에 매년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매년 2000여명의 직원이 짐을 싸고, 신규 채용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3년 1800명 수준까지 늘었던 신규 채용은 지난해 11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의 직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현대자동차다. 역시 1억원에 달하는 높은 연봉에 남부럽지 않은 복지, 정년 보장,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많은 구직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글로벌 탑3 자동차 기업이라는 자부심도 한몫한다.

하지만 현대차 역시 은행권과 비슷한 문제로 고심 중이다. 작업자가 근무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근무 태만 이슈가 불거지는 등, 높은 연봉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수차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 CES 2026에서 확인한 로봇기술의 적용 여부로 고용불안이 머지않아 현실로 나타날 거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라고 다른 신의 직장 사례의 예외가 되지 않으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반도체 경기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화려한 성과급 잔치로 직원들을 붙드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뒷받침도 따라줘야 한다.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건, 급여 수준으로 만든 ‘신의 직장’ 타이틀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직원들이 스스로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드는 일일게다. 직원들이 자기 일을 사랑하고, 출근하는 것을 즐기는 회사다.

이른 바 ‘페이팔 마피아’로 유명한 피터 틸 페이팔 창업주는 자신의 저서 ‘제로투원(Zero to one)’에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펼치고 있는 다양한 혜택들을 소개하면서도, “사실 그러한 특전은 별로 효과가 없다”고 일갈한다.

우리 회사의 미션으로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 남들이 하지 않는 중요한 일을, 왜 우리가 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이것의 가능 여부가 좋은 기업을 가늠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와 링크드인을 설립한 리드 호프먼, 유튜브 창립 멤버인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 등이 피터 틸과 함께 같은 비전을 공유했던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다.

그들은 페이팔과 결별한 뒤 각자 독립해 또다른 신의 직장을, 아울러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 냈다. 이들은 똑똑한 사람들을 돈많이 주고, 다양한 복지로 채용해 성과를 낸게 아니었다.

금융권과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이 단순히 돈많이 주는 직장에 그치지 않고 계속 ‘신의 직장’으로 남으려면 한 번쯤 되새겨 봤으면 한다. 회사의 비전은 컨설팅 회사에게 물어불 게 아니라고 피터 틸은 말한다. 구성원들이 진지하게 회사의 비전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한다.

손희동 금융부장

sonn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