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삽’ 뜨는 데 6년… “그게 우리 실력”
-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5년 2월 27일 08시 45분 입력
26일 국토교통부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원에 추진 중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계획을 승인했다. 내년 1분기로 예정됐던 당초 계획보다 3개월가량 빨리 승인이 나면서 산업단지 조성에 탄력이 붙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부지의 모습. 2024.12.26 뉴스1
SK하이닉스가 총 120조 원을 투자할 예정인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 발표 6년이 지나서야 첫 삽을 뜨게 됐다. 그보다 늦게 시작된 일본, 미국, 대만 등 경쟁국 반도체 공장들은 벌써 완공돼 반도체를 찍어내고 있다. 그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모두 1%대로 전망하면서 “그게 현재 우리의 실력”이라고 했는데, 용인 클러스터의 더딘 진행 과정은 한국경제가 어쩌다 이런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2019년 2월 발표된 용인 클러스터 사업 추진은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발표 직후 인근 지방자치단체, 지역 시민단체는 폐수 배출 우려를 들어 브레이크를 걸었다. 안전성을 입증하고, 지역산업단지 조성 등을 약속하면서 환경영향 평가를 끝내는 데 예정보다 1년이 더 걸렸다. 공장용수를 끌어오는 경로 중간에 있는 지자체 반대로 용수 인허가도 한참 지연됐다.
주민 토지보상에 꼬박 1년 5개월이 걸렸고, 작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까지 클러스터 내 발전소의 탄소배출 문제로 사업을 지연시켰다. 그런 가운데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칩셋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기존 공장들의 용도를 바꾸는 등 전체 사업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고비마다 발목이 잡히면서 늦어진 한국과 달리 경쟁국의 공장 건설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대만 TSMC가 짓는 반도체 공장은 2022년 사업계획 발표 후 2년 만에 완공돼 최근 양산을 시작했다. TSMC가 2021년 미국 애리조나에 짓기 시작한 공장도 지난달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각국 정부, 지자체가 부지·전력·용수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고 보조금, 세금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진단에 이 총재는 “그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용인 클러스터 안에서 가동될 첫 공장이 준공되는 건 2027년 5월이다. 계획 발표 시점부터 따지면 8년 넘는 격차가 있다. 이 정도면 글로벌 시장환경이 얼마나 달라질지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 국가 주력산업인 반도체 분야 기업이 자기 돈 들여 공장을 짓는데 해외 경쟁기업의 2, 3배 시간이 든다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반도체 클러스터 #경제 성장률 #저성장
'國際.經濟 關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LG도 실패… 한국 기업이 글로벌 인재를 영입해도 결국 떠나는 이유 | 김정호 교수 (0) | 2025.02.27 |
---|---|
[사설] "1% 저성장이 우리 실력"이라는 암울한 고백 (0) | 2025.02.27 |
[뉴스픽] 저성장 고물가 '비상사태'...'스태그플레이션' 온다 (0) | 2025.02.26 |
[사설]‘관세폭탄’에 노조 무리한 요구까지…공장문 닫은 현대제철 (0) | 2025.02.26 |
[뉴스픽] 트럼프? 민노총?...'4조 공장' 문 닫았다! (0) | 2025.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