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괜찮나” 해외서도 우려… 美관세 맞기도 전에 수출액 감소
-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5-02-22 09:492025년 2월 22일 09시 49분 입력 2025-02-22 01:40
韓 올해 경제성장률, 1% 전망까지 나왔다
정치 불안속 경제 비관론 커져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적신호가 커지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줄줄이 성장률 전망치를 1% 중반으로 낮추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반도체 규제 완화 등에 대해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에 본사를 둔 민간 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19일(현지 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0.1%포인트 낮췄다. CE가 이번에 제시한 수치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IB 8곳의 평균 전망치(1.6%)를 밑도는 수준이며 JP모건의 전망(1.2%)보다도 낮다. 이에 한국은행이 이달 25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1.6∼1.7%) 대비 하향 조정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경기지표에서도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월 전(全)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5.3으로, 2020년 9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20일 일평균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2.7% 뒷걸음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IB들이 미국이 보편관세를 10% 부과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며 “1% 수준의 성장률을 전망하는 기관이 나오는 건 놀랄 일이 아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 줄줄이 적신호]
이달 하루 평균 수출액 2.7% 감소… 기업 체감경기 4개월째 하락세
“해외서 정치혼란-美관세 영향 물어”… “추경 등 모든 수단 동원 경기부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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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대로변 곳곳에 주인을 찾지 못한 빈 점포가 늘어서 있다. 한때 대로변 1층의 입지는 인기가 높았지만 긴 내수 침체에 폐업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엔 미국발 통상전쟁까지 겹쳐 수출 기업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대기업 임원 지모 씨(54)는 미국, 싱가포르, 유럽 등 주요 금융 선진국을 돌며 기관투자가 대상 설명회(IR)를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한국의 정치 상황이나 미국발(發) 통상전쟁 대비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 씨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연기금, 국부펀드 같은 기관들이 ‘한국 경제가 정치 혼란, 미국 관세 폭탄 등의 변수로 인해 예전만큼의 성장을 할 수 있겠냐’고 쉼 없이 물어본다”며 “한국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그대로이고 국가 신용등급도 탄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계속해서 반문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경제가 예전처럼 견조한 성장을 구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일평균 수출액 전년 대비 2.7%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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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여겨져 온 수출이 심상치 않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가시화되지도 않았는데 하루 평균 수출액만 1년 전 대비 3% 가까이 하락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5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6.0% 증가했다. 지난달 이른 설 연휴의 영향으로 조업 일수가 급감하면서 15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가 중단됐다 한 달 만에 다시 플러스(+)로 돌아서는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2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 감소했다. 이달 20일까지의 조업 일수는 15.5일로 지난해 동기(13.0일) 대비 2.5일 많았다.
다음 달에는 수출액 감소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압박은 이 같은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부터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관세도 한 달 혹은 그보다 더 빠른 시일 내로 시행할 것을 예고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에서 나란히 1·2위의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반도체(20.8%)와 자동차(10.4%)였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총수출액이 9조2000억 원(약 18.6%)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기업 일선에서 체감하는 경기 수준은 나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업심리지수는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한 85.3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 갔다. 기업심리지수란 경기실사지수 중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 지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낮으면 기업들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건설경기 둔화, 내수 부진 등으로 비제조업 업황이 나빠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모든 수단 총동원해 경기 부양해야”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이행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점이다. 전날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추경이 논의됐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빈손으로 끝난 바 있다.
마냥 통화 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한국(연 3.00%)보다 1.5%포인트 높은 미국의 기준금리(연 4.50%)와 원-달러 환율 부담을 고려하면 금리를 크게 낮추는 결정을 하기도 어렵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추경과 금리 인하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최선인데, 추경에 대한 정치적인 대립이 큰 만큼 단기간에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금리 인하로 이번 달에라도 (금리를) 낮춰서 건설사의 도산을 막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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