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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문제는 트럼프가 아니라 한국의 '駝鳥(타조) 정치'다'

鶴山 徐 仁 2024. 7. 21. 08:52

오피니언 칼럼

[강천석 칼럼] '문제는 트럼프가 아니라 한국의 '駝鳥(타조) 정치'다'

한국, 큰 國益 지키고 작은 것 내놓는

'捨小取大 외교 원칙' 굳건히 해야

정치인들, 세계 변화에 귀 닫고

눈 감은 채 모래에 머리 처박으면

큰 후회 남길 것

강천석 기자


입력 2024.07.20. 00:15업데이트 2024.07.20. 09:42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짓하며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의 중심도 아니고 변두리도 아니다. 경제만 보면 바로 코앞에 프랑스 영국, 그들 등 너머로 독일과 일본이 보이는 위치에서 트랙을 돈다. 분발하면 한두 순위(順位) 올라설 수도 있다. 세계 주요국 G7 회의 멤버가 되는 것이다. 요즘대로 하면 미끄럼틀을 타고 낙오하게 될 터이지만 말이다.

한국의 안보 외교 위상(位相)은 다르다. 세계 질서 주변부에 묶여 있던 한국은 중진국(中進國)을 거쳐 또 다른 중진국(重鎭國)에 도달했으나 중심의 작은 변화에도 심한 몸살을 앓는 나라가 됐다. 그만큼 사후(事後) 대책이 아니라 사전(事前) 대비가 중요해졌다. 국가 지도층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국가 생존의 급소(急所)가 됐다.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연설에서 장갑도 끼지 않은 채 그 주먹을 한국을 향해 먼저 날렸다. 그는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고 나는 그렇게 해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막았다’고 했다. 자기처럼 하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고, 후보 시절과 대통령 되고 나서는 달라지는 법이지만 노선 자체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주한 미군 주둔비 부담 증액 요구는 곁가지로 보일 만큼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1기 때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옹호하고 동맹 사이 책임과 부담의 균형을 지지하던 정통(正統) 전략가들은 사라졌다. 미국 외교의 궤도 수정을 주장하는 인물들이 그 자리에 대신 들어섰다. 미국보다 동맹 상대국의 부담을 강조한다는 면에선 미국 우선주의(優先主義)이고, 세계 문제에 대한 미국 개입을 줄이려 한다는 면에선 미국 외교의 오랜 전통인 고립주의(孤立主義)의 부활이기도 하다.

‘핵무기 많이 가진 사람과 친하게 지내겠다’는 트럼프의 김정은 떠보기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과 달라질 건 분명하다. 세부(細部) 계획 윤곽도 어느 정도 그려놨다고 봐야 한다. ‘선(先)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후(後) 한반도 문제’ 순서를 밟을 듯하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J D 밴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에 대해 현재 전선(戰線)을 토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국경선을 조정하면서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키지 않고 러시아가 주장하는 대로 우크라이나 중립화(中立化)를 받아들이자는 구상을 내놨다. 그 대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기 지원을 보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의 베트남전 종결 방식을 빼닮았다. 우크라이나로선 국토의 4분의 1을 상실하고 1500만명 가까운 국민이 난민으로 해외를 떠도는 상황에서 미래 희망인 NATO와 EU 가입도 포기해야 한다.

트럼프가 돌아온다면 미국 외교는 ‘예상 가능한 트럼프’와 ‘예상 불가능한 트럼프’의 조합(組合)이 될 것이다. 이런 시대를 맞은 한국은 ‘국가 이익의 우선순위(優先順位)’를 정확하게 정하고 작은 이익은 버리고 큰 이익을 지킨다는 ‘사소취대(捨小取大) 외교’를 확립해야 한다.

한국의 취약점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 위상(位相)과 안보 외교적 위상 간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한국에 미국 국익의 관점에서 본 ‘사소취대의 원칙’으로 접근할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주한 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경, 경제 분야에 대한 미국 요구가 한 꾸러미에 담길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충격은 한국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NATO와 EU 회원국·대만으로 동시에 퍼져나가고 있다. 유럽도 각국 정상이 모여 방위 문제에서 미국 의존을 줄이는 대책 수립에 바쁘다. 트럼프식 우크라이나 종전(終戰) 방식이 현실화하면 독일·프랑스의 계산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대만이 받을 압력도 크다.

한국이 트럼프 시대 도래를 악몽(惡夢)으로만 떠올릴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한정된 국력을 세계에 분산 투입(投入)할 게 아니라 경쟁 상대 중국이 위치한 동북아(東北亞)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대응 전략에 따라 핵 위기가 단계적 핵 재처리 시설 확보에 접근할 기회로 변할 수도 있고,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미국 내 중국 상품 시장을 한국이 가져올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 일본 중시(重視)의 트럼프를 상대하려면 일본과 관계도 더 높은 차원에서 봐야 한다.

한국이 트럼프 충격 속에 들어있는 ‘기회는 놓치고 위험만 키우고 만다’면 뒷날 ‘바보야, 문제는 트럼프가 아니라 한국 정치였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한국 정치가 귀 막고 눈 감은 채 타조처럼 모래에 머리를 처박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