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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8조원 반도체 보조금 쇼크, 한국은 ‘연말 시한부 감세’가 전부

鶴山 徐 仁 2024. 3. 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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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8조원 반도체 보조금 쇼크, 한국은 ‘연말 시한부 감세’가 전부

조선일보


입력 2024.03.18. 03:26업데이트 2024.03.18. 09:29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의 작년 모습.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테일러시 공장 건설을 완료해 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60억달러(약 8조원)의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당초 예상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삼성전자엔 호재지만, 외신 보도대로 파격적 보조금이 ‘미국 내 추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면 한국 경제로선 반길 수만은 없는 소식이다. 삼성전자는 20년간 250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짓겠다는 계획을 텍사스 주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러다 삼성의 반도체 주력 생산기지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뿐 아니다. 유럽·일본·중국·인도 등 경쟁국들은 공장 건설 비용의 40~7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며 반도체 기업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부지와 각종 감세 혜택을 제공하고 행정 절차를 대폭 줄여주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반면 한국은 정부 보조금이 한 푼도 없다. 국회가 반도체 투자금의 8%을 세액공제 해주는 법을 만들었다가 “경쟁국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론 질타가 쏟아지자 공제율을 15%로 올린 것이 전부다. 이 혜택마저 시한부여서, 올 연말로 끝난다.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그래픽=이철원

여기에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온갖 정치·사법 리스크와 경직적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反)기업 규제로 연구·개발 활동이 위축되고 생산 라인 확장에 발목이 잡혀 왔다.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은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데 5년을 허비했고, SK하이닉스 용인 공장은 토지 보상과 지자체 인허가 문제로 4년 만에야 겨우 첫 삽을 떴다. 반면 착공 1년 10개월 만에 공장을 완공한 일본 TSMC 구마모토 공장, 3년 안에 1.4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인텔 사례에서 보듯 경쟁국들은 가공할 속도전을 펼치며 한국 추격에 나섰다.

한국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도 예전같지 않다. 메모리 세계 1위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졌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 물론 외국 반도체 관련 기업을 대거 끌어들여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보조금을 포함한 파격적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글로벌 보조금 전쟁에서 한국만 뒤처지지 않도록 22대 국회는 강력한 반도체 지원법을 최우선 안건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