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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민주당은 지고 이재명은 이기는 길

鶴山 徐 仁 2024. 2. 29. 17:49

오피니언 칼럼

[양상훈 칼럼] 민주당은 지고 이재명은 이기는 길

대선 경선 최종일 악몽과

체포 동의안 당내 반란은

이재명의 트라우마

총선서 제2당 돼도

압도적 당 지배력으로

순탄하게 대선 후보 되는 게

더 중요했을 것

양상훈 기자


입력 2024.02.29. 03:20업데이트 2024.02.29. 14:5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발언을 안하겠다고 손짓하고 있다. 2024.2.27/뉴스1

민주당 설훈, 박용진, 김한정 의원이 쉽게 공천받을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설 의원과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맞선 적이 있고, 김 의원 지역구는 친이재명 의원이 점찍어 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대표가 이들을 의정 활동 ‘하위 10%’로 만들 줄은 몰랐다. 설훈 의원은 열혈 스타일 탓에 갖은 풍파를 겪었지만 마산 출신 DJ맨으로 뚝심의 외길 정치 인생을 걸어왔다. 설 의원이 민주당의 산증인이라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에 온 손님과도 같을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진보 정당 출신으로 재벌을 비판하지만 대기업의 역할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나친 상속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공급 대책을 촉구했다. 유치원 3법을 끈질기게 추진해 통과시켰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공개 지지했고, 김여정의 대북 전단 비난에 대해 “종이 몇 장에 체제가 흔들릴 정도면 반성하라”고 했다. 박 의원이 ‘하위 10%’로 발표된 날 민주당 출신 정치인 한 분은 “살다가 별일을 다 본다”고 했다.

경남 출신 김한정 의원은 26세에 취직한 첫 직장이 김대중 비서였다. 좋은 대학을 나와 많은 길이 있었지만 가시밭 같은 길을 스스로 택해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 퇴임 뒤까지 16년을 일했다. 외교와 국가 전략 분야에 상당한 식견을 갖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지역에 광역 급행 버스를 신설하는 어려운 숙원도 해결했다. 이재명 대표는 ‘하위 10%’ 의원의 경선 감점을 20%에서 30%로 올렸는데 이 세 의원을 20% 감점으로는 탈락시키기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에 이어 임종석 전 의원이 공천 배제되면서 민주당 내분은 극한으로 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것으로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성급한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은 경기도와 인천이 결정적 승부처일 것으로 본다. 두 곳에 걸린 지역구 의석이 72석, 여기에 딸린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80석이 훌쩍 넘는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은 경기, 인천 지역구에서 싹쓸이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경기에선 51대7, 인천에선 11대1이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 경기, 인천 상황은 민주당에 유리하다. 민주당에 몰표를 던진 40대, 50대 유권자들 분위기도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와 인천 상황이 나빠진 지 오래돼 이제는 각 지역구에 내세울 좋은 후보도 찾기 어렵다고 한다. 서울도 마찬가지여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높은데 막상 후보를 대입하면 뒤집힌다고 한다.

그러나 비록 섣부르기는 하지만 지금 이재명 대표식의 오만하고 일방적이고 노골적인 공천 전횡과 이에 따른 민주당 내분이 총선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민주당에 무조건적 지지가 많다고 해도 지지층의 투표율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 통념과 이재명 대표의 생각이 크게 갈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론 ‘민주당이 지면 이 대표도 지는 것’이라고 보지만,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져도 이재명은 이기는 길’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 대표의 궁극적 목표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다음 대선 때까지 방탄이 돼야 하고,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해 후보가 돼야 한다. 이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앞에 둔 이 대표에겐 두 가지 트라우마가 있다. 하나는 지난번 체포 동의안 표결에서 나온 당내 반란 표이고, 다른 하나는 2021년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경선 마지막 날의 충격이다. 10월 9일까지 54% 안팎 득표로 여유 있게 앞서가던 이 대표는 마지막 날 국민, 일반 당원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28% 대 62%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대패했다. ‘대장동’ 효과가 마침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불과 0.29%포인트 차이로 결선 투표를 피하고 대선 후보가 됐다. 이조차 송영길 당시 대표가 유권해석을 유리하게 해 준 덕이었다. 이날은 이 대표에게 악몽으로 남았다.

이 두 사건에서 이 대표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대선 경선은 과거 이회창 후보식으로 별다른 경쟁자 없이 사실상 단독으로 가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한 당내 저항이 없도록 압도적이고 확고한 당내 지배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공천 갈등이 불가피하고 어느 정도의 총선 의석 상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 대표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구속 문제는 지난번 영장 기각으로 사실상 끝났다는 전제 아래에서다. 이 대표는 여전히 이번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130석 안팎의 제2당이 돼도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110여 석 제2당으로 대통령이 됐다. 이것이 ‘민주당은 져도 이재명은 이기는 길’이다. 이 길을 택했기에 후원자 이해찬 전 대표의 ‘임종석 공천’ 요청까지 거부한 것이다. 이재명의 이 길이 정말 있는 것인지, 그저 환상일 뿐인지도 4월 총선에서 판가름난다.

양상훈 칼럼

양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