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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산율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세계 실험장 된 한국

鶴山 徐 仁 2024. 2. 29. 12:18

오피니언 사설

[사설] “출산율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세계 실험장 된 한국

조선일보


입력 2024.02.29. 03:26업데이트 2024.02.29. 10:51

저출생 여파로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치르지 못하는 초등학교가 전국 157개교로 집계됐다. 다수는 비수도권에 있었지만 수도권에서도 9개교가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초등학교 신입생 수도 사상 처음 30만명대로 줄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했다. 2022년 출산율 0.78명 때도 해외 언론과 학자들에게 “한국은 망했다” “중세 흑사병보다 더한 인구 격감”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0.7명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외에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뿐이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출산율이 0.8명대에 진입하는 기록을 만들었다. 2년만에 0.78으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0.68명으로 떨어져 0.7명대마저 깨고 기록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생국이란 불명예를 안은 한국은 어디까지 출산율이 내려갈 수 있는지, 전 세계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2020년부터 가파르게 줄어드는 인구가 2033년엔 5000만명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10년 내 332만명이나 줄어든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은 세금 수입을 줄이고 노인 복지, 의료비 등 지출은 급격히 늘려 재정 파탄을 촉발하고, 궁극적으론 국가를 소멸 위기로 내몰 것이다. 모든 수단을 강구해 인구 절벽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 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최근엔 기업들이 자녀를 낳은 직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파격적인 장려금을 주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장려금만으로만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원인은 모두가 다 안다. 청년 취업이 어렵고, 내 집 마련이 어렵고, 아이 낳아도 보육과 일 병행이 힘들고, 자녀 사교육 부담에 허덕이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바꾸지 못하는 한 백약이 무효다.

일자리, 부동산, 보육, 교육, 복지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생 친화적 관점에서 재설계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양육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에서라도 성과를 내 청년 세대에게 희망의 단초라도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절박한데도 저출산 대책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10년만 더 가면 국민 모두가 피부로 체감하며 놀라는 절망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