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01.08. 14:38업데이트 2024.01.08. 15:18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뉴스1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부회장을 집중조명 했다.
WSJ은 김정수 부회장에 대해 “그녀의 삶은 한국 드라마의 한 페이지에서 찢겨 나온 것 같다”며 “그녀는 삼양재벌가에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1990년대 후반 부도를 선언한 라면회사에 돌연 입사했다”고 소개했다.
김정수 부회장이 주도해 만든 ‘불닭볶음면’에 대해선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너무 매워서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소비자들이 조리가 쉽고 저렴한 음식을 찾으면서 라면 시장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했고, 불닭볶음면 역시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불닭볶음면은 라면 업계에서 잘 알려진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모험적인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가격은 기존의 미국 내 다른 제품들보다 약 3배 정도 비싸다.
월마트는 불닭볶음면이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프리미엄 라면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 삼양 측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일부 서부 해안 매장에서 불닭볶음면 판매 테스트를 한 후 올해 미국 전역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앨버슨의 제니퍼 샌즈 최고 상품 책임자는 핑크부터 보라색, 라임그린까지 삼양 제품의 화사한 포장에 높은 점수를 주며 “우리는 제품의 맛과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제품은 증가하는 라면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기업 경영 분석업체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의 말을 빌려 “삼양은 망할 뻔한 회사였다”며 “삼성, LG, 현대 등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은 창업주의 남성 후계자들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김정수 회장이 며느리로서 성공을 거둔 것은 독특하다”고 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뉴스1
김정수 부회장이 불닭볶음면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2010년 유명 볶음밥 집을 딸과 함께 방문했다가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매운맛으로 유명한 볶음밥집 밖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손님들은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김 부회장은 극도로 매운 음식에 대한 수요를 목격하고 이를 라면 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제품을 만드는 데엔 몇 달이 걸렸다. 김 부회장은 처음엔 시제품이 매워서 거의 먹지 못했다면서도 “그런데 오랫동안 먹다보니 점점 더 맛있고 친숙해졌다”고 했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먹방에 나서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더욱 치솟았다.
한편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경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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