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12.01. 03:00업데이트 2023.12.01. 07:0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2.2%에서 2.1%로 석 달 만에 0.1%포인트 낮췄다. 수출이 그런 대로 선방하겠지만, 계속되는 고금리에 내수가 예상보다 더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중동 분쟁이 더 커지고 유가가 오르는 등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9%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30일 한은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올 1월 금리를 올린 이후 7차례의 금리 결정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미국에선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퍼지고 있지만, 한은은 지금의 고금리를 ‘충분히 장기간’ 더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에도) 물가가 높아서 취약 계층, 빚을 많이 낸 사람,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박상훈
◇고금리에…”내년 내수 타격”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산업생산(-1.6%), 소매판매(-0.8%), 설비투자(-3.3%)가 전달 대비 일제히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9월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플러스(+)로 올라선 지 한 달 만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11.4% 줄었다. 통계청은 “반도체 주요 기업 납기일이 분기 말인 9월에 몰리면서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4분기 초인) 10월에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리플 마이너스’도 10월 임시공휴일 등의 영향을 받은 일시적 조정이라고 봤다.
한은 금통위도 이날 회의 후 올해 성장률 전망을 1.4%로 일단 유지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 등 비상 시국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은 성장세가 확실시된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소폭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날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종전 2.1%에서 2.3%로 높인 것과 반대다.
이 차이는 한국의 ‘빅2′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차에서 나왔다. OECD는 내년 미국과 중국 성장률을 각각 1.5%와 4.7%로 보는 데 비해, 한은은 미국 1.3%, 중국을 4.6%로 조금씩 낮게 봤다.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기관들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한은은 일단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다.
현재까진 한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기준선인 50을 밑돌았고, 앞서 나온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2%, 수출도 6개월 연속 뒷걸음질치는 등 디플레이션 침체 우려가 큰 상황이다.
◇美는 금리인하 기대…韓은 ‘시기상조’
한은은 이날 올해 물가상승률을 3.6%, 내년 2.6%로 종전 예상보다 각각 0.1%포인트와 0.2%포인트 높아질 걸로 전망했다. 미뤄왔던 공공요금 인상 충격 등이 한꺼번에 반영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한은이 목표로 하는 ‘물가 2%’ 시기는 내년 말이나 2025년 초에나 올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는 내년 한국 경제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이 총재는 “부동산 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직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라며 “건설사 등이 고금리 지속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벌써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란 기대로 들썩이고 있다. 향후 6개월간 금리 기대를 반영하는 6개월 만기 미국 단기국채 금리가 정책금리 상단(연 5.5%)보다 낮은 연 5.4%로 내려오는 등 채권 금리가 먼저 꺾이고 있다. 국내 채권 금리도 최근 덩달아 급락세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한은의 첫 번째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는 더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등) 섣부른 부양책은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성장률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해야지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에선 금통위원 6 명 중 4명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런 의견을 가진 위원은 10월 금통위의 5명보다 한 명 줄었지만, 10월에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던 위원이 이번에 의견을 철회하면서 전망은 다시 팽팽해졌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첫 번째 금리 인하 시기가 가까운 시일 내에 올 것이라 기대하는 건 너무 섣부를지 모른다”면서 “내년 3분기에 첫 0.25%포인트 인하를 시작해 내년 말쯤엔 한은 기준금리가 연 3%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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