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볼수록 기막힌 文 정권의 ‘기무사 농단’
조선일보
입력 2022.09.15 03:26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TF 단장인 한기호(가운데) 의원이 14일 오전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과 군사기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부터 신원식, 한기호 의원, 임천영 변호사. /뉴스1
국민의힘은 14일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을 유출하고 이를 왜곡해 공표한 혐의 등으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계엄 문건은 탄핵 정국이던 2017년 3월 기무사가 시위대의 폭동 등에 대비해 비상계획과 법 절차를 검토한 것이다. 단순 검토일 뿐 실행 계획이 아니라 법적 문제가 없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내란 음모’ ‘쿠데타 모의’ 프레임을 씌워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게 고발 취지다.
계엄 문건 논란은 2018년 3월 여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관련 내용을 폭로하며 시작됐다. 넉 달 뒤엔 2급 비문(秘文)인 문건을 통째로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국빈 방문 중에 돌연 “국가 안위와 관련됐다”며 민·군 합동수사단을 꾸리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귀국 후엔 계엄 문건을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하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것이다. 합수단은 검사 37명을 투입해 104일 동안 200여 명을 조사하고 90여 곳을 압수 수색했다. 하지만 내란 음모나 쿠데타 모의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 부수적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로 기소한 기무사 간부들은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애당초 무리한 수사였다. 계엄 문건은 탄핵 찬성 세력뿐 아니라 반대 세력의 폭동에 모두 대비한 검토 보고서였다. 나라가 무너질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군은 불필요한 존재다.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은 보고받은 뒤 ‘종결’을 지시했고, 문건은 훈련 참고용으로 남겨뒀다. 내란 음모 증거를 보관하는 경우도 있나. 또 청와대가 계엄 문건을 보고받은 건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 석 달 전이었다. 내란 음모였다면 왜 석 달씩 묵혔나. 검찰은 이런 의혹을 모두 밝혀야 한다.
계엄 문건과 별개로 송영무 전 장관은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 사찰했다”는 주장도 했다. 국민의힘은 “송 전 장관이 기무사를 해체하려는 의도로 허위 사실을 폭로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투신했고, 기무사는 해체에 가까운 탈바꿈 과정을 거쳐 안보지원사령부가 됐다. 그 과정에서 군의 방첩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문 정부가 집요하게 기무사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간 것도 이걸 노렸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이날 국민의힘 고발에 민주당은 “기무사가 모의한 친위 쿠데타를 정당화하려는 것” “기무사의 부활을 획책하는 신호탄”이라며 취하를 요구했다. 떳떳하다면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