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정애의 시시각각
'더불어민주당'은 어디로 갔나
중앙일보 입력 2022.02.18 00:38 업데이트 2022.02.18 01:46
고정애 기자중앙일보 논설위원 구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다시 광화문에서' 광화문역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런가 했다. 그런데 놀랄 정도로 없었다.
인터넷 선거 광고 ‘유능한 경제대통령 기호 1번 이재명’에 들어가 이런저런 걸 눌러 봐도 당 이름이 안 나왔다. 저작권 정보에도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후보 이재명 공식 캠페인 사이트’라고만 돼 있다. 당명을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하겠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라고 하거나 ‘캠페인’ 대신 ‘민주당’을 넣을 수도 있었다.
물론 전무(全無)했던 건 아니었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분들께’란 65초 광고가 끝날 무렵 화면 왼쪽 상단에 ‘더불어민주당’이 보이긴 했다. 눈에 불을 켜야 했지만 있긴 했다. 내레이션상으론 그러나 당명이 들리지 않았다(비가청 영역으로 제공됐을 순 있겠다).
공식 홈페이지인 ‘전 국민이 소통하는 온라인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도 대동소이했다. 이 후보 부부를 소개하는 ‘이재명이네집’ 정도는 찾아가야 했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대선후보 당적을 표기하는 방식이었다.
온라인에서만 그런 게 아니냐고? 당연히 아니었다. 유세 현장도 못지않게 ‘숨은그림찾기’다. 시선을 선거운동원의 점퍼, 그것도 오른쪽 부위에 집중해야 했다. 운이 좋다면 유세차 하단부에서 발견할 때도 있다. 당명이 보이는 현수막이 예외로 보일 정도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은 이를 두고 “선거 때 여론이 안 좋으면 당명을 작게 넣는 경우는 보았지만, 이렇게 아예 들어내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명색이 집권 여당인데 당명을 숨겨야 할 정도라면,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라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굳게 손잡고 함께 설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두 분 대통령님에게 ‘당신의 유산인 네 번째 민주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자랑스럽게 보고드리겠다”고 했었다. 민주정부라고 했지만 다들 민주당 정부려니 했다. 이 후보는 같은 달 문 대통령과 만나서도 “민주당의 가치가 민생개혁 평화의 가치인데 대통령이 잘 수행했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을 아예 안 드러낸다? 민주당에선 정당 대신 인물을 부각하기 위한 선거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현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전례 없이 40%대 지지율을 보이고, 일부 조사(16일 한길리서치)에선 민주당(38.2%)이 국민의힘(35.1%)을 앞선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감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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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민주주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이 정부가 되는 체제라고 말한다. 정당이 임기 동안 책임지고 이끌고 선거를 통해 재신임받는다는 의미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공직 후보자를 제대로 공천 정당에 다시 일을 맡기고 그렇지 않은 당을 처벌하는 최종 결정자 역할을 해야 국민주권이 온전해진다”고 설명한다. 바로 책임성(accountability)이다.
민주당은 지난 5년 문 대통령과 함께 지금의 공과를 만들어냈다.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수로 의회를 압도했으며, 역대 최다 수준의 내각 참여로 정부도 좌지우지했다. 현 정부 국무위원 54명 중 22명이 민주당 전·현직 의원일 정도다. 대선을 눈앞에 둔 지금도 법무(박범계)·행정안전부(전해철) 장관을 포함해 8명이 민주당 의원 배지를 달았거나, 달고 있다. 형식만 보면 의원내각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례적 수준이다. 민주당도 이런 기여에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 이걸 피하겠다는 의도라면 불온하다.
더욱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조한 이 후보는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과 제가 주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성찰한다”며 정치교체를 강조했다. 정치를 발전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요체인 책임성을 피한다? 정도(正道)가 아니다. 뭐든 정도껏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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