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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류 정권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인들을 초등생 취급하는 나라

鶴山 徐 仁 2021. 12. 30. 12:27

[사설] 4류 정권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인들을 초등생 취급하는 나라

 

조선일보


입력 2021.12.30 03:22

 

 

 

지난 27일 청와대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라온 6대 그룹 총수의 영상 메시지. /청와대

 

 

청와대가 유튜브 계정에 6대 대기업 총수가 등장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이 나와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1~2분짜리 연설을 했다. 어떤 총수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했고, 어떤 회장은 “기업이 해야 할 책임은 건강한 일자리 창출임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치 반성문을 읽는 듯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학예회 어린이처럼 등장하는 이 동영상은 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게 아니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6대 그룹 총수의 간담회를 앞두고 청와대 요청에 따라 기업들이 제작해 제출한 것이다. 애초 간담회 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총수들이 차례로 ‘일자리 창출 각오’를 연설하는 현장 영상을 찍으려 했다가 기업 측이 난색을 표하자 각자 제작하는 것으로 조율됐다고 한다. 해외 출장 중이던 어떤 총수는 영상 제작 때문에 급히 귀국하기도 했다. 지난 5년간 온갖 ‘청와대 쇼’를 연출해온 탁현민 비서관의 기획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것은 노조 편향 등 정부 정책이 잘못된 때문이지 이 기업인들 탓이 아니다. 그런데 책임을 져야 할 정권이 기업인들 팔을 비틀어 ‘기업 잘못’이라고 말하게 만들었다. 기막힌 일이다.

 

삼성을 비롯한 6대 그룹 총수는 일거수일투족이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글로벌 영향력이 큰 기업인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 워싱턴 정계 고위 인사들이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강화 협력을 위해 초청할 정도다. 이런 글로벌 기업인들을 청와대가 툭하면 불러들여 사진 찍기 쇼를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반성문 동영상’까지 만든 것이다. 제대로 된 나라 어디에 이런 일이 있겠나. 부끄러운 일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했던 것이 1995년이었다. 그로부터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의 초일류로 성장했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4류가 아니라 그 밑으로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4류가 권력 한번 잡았다고 글로벌 초일류를 초등생 취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