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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사려 이사가야 하나, 지역별 1000만원差 ‘요지경 보조금’

鶴山 徐 仁 2021. 12. 26. 19:18

전기차 사려 이사가야 하나, 지역별 1000만원差 ‘요지경 보조금’

 

김아사 기자


입력 2021.12.26 17:46

 

전기차 구매를 고려했던 박모(38)씨는 최근 내연기관차로 마음을 돌렸다. 그는 한 업체에 예약금까지 걸었다가 지역별로 전기차 보조금이 최대 10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 딜러와 차고지를 한 차례 바꿨다. 그런데 차량 출고가 늦어져 보조금 신청이 자동 취소됐고, 그사이 지자체의 보조금 예산은 모두 소진됐다. 박씨는 “보조금 액수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데다 지급 체계도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전기차 전용 급속충전소 모습/뉴시스

 

 

최근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구매자들 사이에선 보조금 체계가 복잡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보조금 액수가 지역이나 시기별로 다르고, 보조금을 받기 위해 특정 지자체에서 의무 거주해야 하는 기간을 계산하는 방법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 아예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까지 생겨난다. 박씨처럼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 보조금 신청이 취소돼 다시 대기자 마지막 순번이 되기도 한다.


◇세종은 699만원 서산은 1534만원, 지역·시기별로 다른 보조금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로 구성돼 있다. 국비는 전국 어느 곳이나 같지만 지방비는 지자체마다 예산과 충전 시설 구비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천차만별이다. 전기차 모델별로도 달라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난다. 12월 24일 기준 전기차 최고 인기 모델인 테슬라 ‘모델 3 롱레인지’를 서울에서 살 경우 보조금은 852만원이다. 전북 전주에선 1449만원, 충남 서산에선 1534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세종(699만원)과 전남 신안(690만원)에선 전주의 절반 이하다.

테슬라 모델3.

 

 

보조금은 시기에 따라서도 다르다. 지자체마다 예산 소진 속도가 다른 탓에 같은 지역이라도 빨리 사는 사람이 유리하다. 서울의 경우 올해 전기차 보조금 5367대분을 준비했으나 반년도 지나지 않아 소진됐다. 추가 예산을 마련했지만 하반기 보조금은 200만원 줄었다. 한 전기차 차주는 “같은 차를 샀는데 며칠 차이로 받는 돈이 달라지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구매자들은 차량 출고일도 신경 써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을 신청하고 3개월 내에 차량 출고가 안 되면 자동 취소돼 순서가 맨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출고 예정일에 맞춰 신청서를 접수해야 하는 데 구매자 입장에선 출고 시기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최근 차량 반도체 수급 문제 등으로 대부분 전기차는 출고 기간이 6개월을 넘기는 실정이다. 게다가 보조금 100%를 지급받는 차량 가격 기준이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낮아진다.

 

현대차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

 


◇천차만별 보조금에 ‘원정 출고’까지


보조금이 지역에 따라 다르다 보니 조금이라도 싸게 전기차를 사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차를 출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세종시의 한 차주는 “보조금이 900만원이나 차이가 나니 딜러가 먼저 다른 지역 출고를 권했다”며 “그냥 샀다간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딜러 말대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리스나 장기 렌트를 이용해 보조금을 더 받기도 한다. 리스나 렌터카의 경우 전기차 구매자 주소와 관계없이 업체 등록지로 보조금을 받는다. 업체 본점이 서울에 있어도 지점이 지방에 있으면 지방 보조금을 받고 차를 출고할 수 있다.

지자체들이 전기차에 많은 보조금을 주면서 전기차 등록을 늘리려는 것은 차량 출고에서 발생하는 취·등록세와 차량 보유 과정에 내는 자동차세 등 세수 확보와 친환경 이미지 제고 등이 이유로 꼽힌다. 취·등록세, 자동차세는 모두 지방세다. 지자체 관계자는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면서 전기차 보조금은 취·등록세 수입으로 상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을 신청할 경우 지자체 의무 거주 요건을 살펴야 한다. 전주는 신청일 기준 60일, 원주는 90일, 서울은 30일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전기차를 운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지자체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선택에 보조금 역할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더 쉽고 예측 가능한 지급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