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체제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21.12.13 03:00
“침통하고 유감스럽다. 국가 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기 위해 오늘부로 니카라과와 외교 관계를 중지하며 협력 및 원조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대사관을 철수한다.” 지난 10일 중남미 니카라과가 중국과 수교하기 위해 대만과 단교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직후, 대만 정부는 이런 대응 성명을 냈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니카라과의 ‘갈아타기’는 시간문제였다. 좌파 게릴라 지도자 출신으로 1985년 집권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그해 55년간 수교해온 대만과 국교를 끊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1990년 대선 승리로 새로 들어선 우파 정권이 대만과 복교했다. 이후 2007년 재집권한 오르테가 정권이 헌법을 고치고 야당과 언론을 억누르며 장기 독재 체제를 구축했지만, 정통성은 부정당했고 서방의 경제 제재 강도는 높아졌다. 중국이 이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
이 외교적 사건은 체제 우월성과 국가의 안위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만의 국제적 위상이 요즘처럼 높은 적이 없다. 유럽 주요국과 호주·일본 등이 고위 인사들을 대만으로 보내며 교류의 폭을 대폭 넓히거나 대만에 우호적 발언을 이어갔다. 프리덤하우스 자유지수에선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2위에 올랐고, 이코노미스트 민주주의지수(11위), 헤리티지재단 경제자유지수(6위) 등 대만 체제를 높이 평가한 수치들도 잇따라 발표됐다. 미국 주도 민주주의정상회의에도 초청돼 참석했다.
하지만 존재감이 커지는 만큼 존립 위협도 증가했다. 중국은 전례 없는 수준의 무력 시위를 벌였고, 중국이 무력으로 강제 복속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구체적인 시점까지 곁들여 나돌았다. 니카라과의 단교로 대만의 수교국은 14국으로 줄었다.
우리 상황은 어떤가. 분단 뒤 70년간 체제 경쟁을 하면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북한을 압도했지만, 비대칭 전력의 우위를 빼앗긴 상태다. 2006년 공개 핵실험을 시작한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에 아랑곳 않고 핵 역량을 키워왔다. 우리는 김정은이 핵 단추를 누를지 노심초사하는 ‘핵 인질’ 신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동맹과 안보 정책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한 행사에서 “(남북) 체제 경쟁이나 국력의 비교는 이미 오래전에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중 갈등 격화로 냉전 시대 유산인 올림픽 보이콧까지 되살아났는데, 이 나라의 방향타를 잡은 사람들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6·25 종전선언’에 몰두한다.
나라의 생존은 낭만적 민족주의로 보장되지 않는다. 국제 정세와 맞물리며 여전히 치열하게 계속되는 체제 경쟁에서 긴장의 끈을 놓아 버리면, 언제 국가 존립의 위기를 맞을지 모를 일이다. 집권층의 비현실적 안보 인식에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체제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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