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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이규화 칼럼] 정권의 말기적 징후들

鶴山 徐 仁 2021. 11. 23. 20:21

 

[이규화 칼럼] 정권의 말기적 징후들

 

입력: 2021-11-23 09:08


2018년 4·27 판문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회담은 내용만 빼면 한편의 보기 좋은 쇼였다. 도보다리산책과 파사드(건물 벽면) 홀로그램 영상은 훌륭했다. 영상의 극적 효과를 위해 국군 유해 봉환식도 밤에 할 정도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의 '작품'이라고 한다. 한 치 빈틈없는 연출을 하는 그가 이번에는 이해할 수 없는 기획을 했다. '국민과의 대화'를 종부세 폭탄 하루 전에 배치함으로써 대통령의 홍보효과가 반감된 것은 물론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들 뇌리에 대통령 이미지가 더 오버랩되게 만들었다. 대통령 행사는 수십 가지를 고려해 결정한다는데, 점수를 따려는 행사와 점수를 잃는 발표를 바로 앞뒤에 배치한 것이다.

특히 종부세 고지서를 까보니 납부대상자가 정부 예상치보다 18만 명이나 많았다. 기획재정부는 초과세수에서도 당초 예산 수립 때는 물론이고 지난 7월 추경 편성 때도 잘못 추산했다. 31조원의 당초 초과세수액은 나중에 알고보니 19조원이 더 늘어 올해 50조원이 될 모양이다. 연말에 가서 또 어떨지 모른다. 청와대가 종부세 고지서발송 전날을 국민과의 대화 날로 택일한 것은 기재부의 잘못된 정보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정부는 대상자가 전국민의 2%도 안 된다며 98대2 갈라치기로 비난을 모면하려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대상자 94만7000명을 3명의 가구원으로 단순 계산해도 약 300만명의 국민이 대상이다. 주택보유자 기준으로는 8%에 해당한다. 그중 1주택자도 13만2000명이었다. 종부세 대상자가 크게 늘고 세액이 급증한 것은 원천적으로 집값 급등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바로 전날 부동산 집값 폭등 사과와 함께 변명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기간 동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았다"며 "부동산가격도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혹시 종부세를 내지 않는 나머지 92%의 주택보유자들에게 '당신들은 세금폭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띄우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부가 98대2로 편 가르기 하는 데서 이런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다리 부러지는 것보다 내 손톱 밑 상처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게 인간이다. 만약 92% 국민에 영합하려 했다면 사람을 선악설적으로 보는 저열한 생각이다.

종부세가 10분위 이상에 대한 정권의 '폭거'라면 최근 급등하는 은행 대출이자율은 전 국민을 적으로 만들었다. 대출 총량 규제를 업고 은행들은 우대금리 축소와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폭리'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은행권 이자이익은 3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0%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맞아떨어져 예대금리차는 2.14%(9월말 기준)나 돼 10여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 파티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시장' '자율'을 내세워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다. 관치금융이란 말이 한때 유행했다. 관이 금융권의 인사와 인수합병, 이자 등에 일일이 간섭해 은행 자율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말이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금감원장이 은행감독은 '은행을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은행은 태생적으로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고 면허사업이다. 무규제 시장이라면 금융위와 금감원이 왜 필요하겠나.

참으로 이상한 것은 금융관료들이 소비자가 아닌 은행들 편에 서는 데도 청와대 586 집권세력들은 잠잠하다는 것이다. 문 정부 첫해 만해도 예대금리차 문제가 제기되자 금융당국이 득달같이 현장점검에 들어갔다. 격세지감이다. 청와대 행사의 빛바랜 기획과 기재부의 태연한 종부세 폭탄에 업무해태까지, 금융관료들의 겁 없는 드라이브를 보면서 정권의 말기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회적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 수많은 잔잔한 사고가 일어난다는데, 정권의 기강이 흐려지고 긴장이 이완되면서 문 정권 남은 6개월 동안 어떤 일이 발생할지 걱정된다. 

이규화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