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0대 기업인의 ‘리더 양성론’, 대한민국에 인재 전략이란 게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21.10.12 03:22
창업한 기업을 매각해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설립에 나선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닥쳐올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려면 제대로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리더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국민소득 3만달러에 진입했다지만 국제 정세 틀 안에선 유리 그릇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그가 세울 학교는 캠퍼스 없이 화상 교육으로 수업하는 대신 학생들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을 돌며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짤 계획이다. “가장 치열하게 부대끼는 나라를 잘 알고 이해해야 닥쳐올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취지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전환기 때마다 온갖 풍파를 겪어온 한국에 외교·안보는 국가의 흥망을 쥔 생명선 같은 주제다. 그런데 국제 감각이 전무한 사람들, 외교는 고민도 안 해본 사람들이 나라를 끌고 가겠다고 나선다. 이번 대선에서도 글로벌 문제는 이슈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지저분한 비리 의혹, 인신공격, 정파적 논쟁으로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조 회장은 “리더가 미래를 제대로 보지 못해 여러 차례 재난을 맞았다”며 “우리에게 분단을 안긴 미·중 갈등은 70년이 지난 지금 더 아슬아슬하고 첨예하다”고 했다.
지금 한국엔 대학이 넘쳐난다. 학생 감소로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판국에 정부는 경쟁력도 없는 대학 캠퍼스를 만드는 데 1조6000억원을 쓰겠다고 한다. 지정학적 상황을 내다보며 글로벌 리더를 키우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조 회장은 “디지털이 가져올 사회 변혁을 읽어내고 위기 상황에서 전략적 사고를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누가 국가적 위기에 대비한 인재 양성 전략을 고민하고 있나. 오죽하면 80대 기업인이 이런 일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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