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成人 커뮤니티

싱글맘·성생활까지 보여준다···양지 드러나는 '금단의 이야기'

鶴山 徐 仁 2021. 8. 22. 12:02

싱글맘·성생활까지 보여준다···양지 드러나는 '금단의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2021.08.22 09:04


이소아 기자

 


2000년대 초만 해도 TV에서 일본어가 성우의 더빙 없이 흘러나오는 건 매우 낯선 상황이었다. 이혼과 재혼, 남녀의 성(性)생활 등은 공개적으로 삼가야 할 주제라는 암묵적 인식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최근 누구나 알지만 말하기 꺼렸던 금단의 이야기들이 각종 영상 콘텐트를 통해 속속 양지로 드러나고 있다. 인생에 모범답안이 없듯 여러 삶과 생각이 반영된 바야흐로 ‘다양성의 시대’다. 대중 콘텐트들은 사회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어떤 세상을 바라는지 비추는 거울 역할도 한다.

◇ 연애 대신 이별과 섹스  

커플들의 관계 개선을 위한 연애 리얼리티쇼 '체인지 데이즈'. 사진 넷플릭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연애 예능은 ‘썸’과 ‘러브라인’ 등 커플 탄생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최근엔 ‘권태’나 ‘이별’ 같은 연애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주제다. 카카오TV의 ‘체인지데이즈’는 저마다의 이유로 이별의 문턱에 선 세 쌍의 커플들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서로 파트너를 바꿔 일주일간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은 카카오TV를 통해 공개된 관련 영상만 누적 조회 수 38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티빙의 ‘환승연애’ 역시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나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새로운 형태의 연애 리얼리티쇼로, 사랑에 서툰 20대의 공감을 얻으며 티빙 인기 프로그램 순위 1위에 올랐다.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채널A)는 그동안 방송에서 금기시됐던 부부간의 ‘성생활’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보여주고 대안을 찾는다는 점이 공감 포인트로 평가받는다.

 

 

◇ 혼자 키우는 게 어때서

새로운 가족상을 보여주는 '내가 키운다'(왼쪽) 와 '돌싱포맨'. 사진 JTBC, SBS

 

가족을 바라보는 시야도 크게 넓어졌다. 이혼과 돌싱(돌아온 싱글), 싱글맘같이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겨졌던 주제가 다큐도 아닌 예능의 소재로 등장했다. JTBC의 ‘용감한 솔로육아- 내가 키운다’는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新가장’의 육아 생활을 덤덤히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의 지난달 말 기준 유료가구 평균 시청률은 3.3%로 4주 연속 동시간대 종편 타깃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돌싱 스타들이 모인 ‘신발 벗고 돌싱포맨’(SBS)은 탁재훈·임원희·이상민·김준호가 이혼과 재혼에 대한 허심탄회한 생각을 나눠 7.9%의 최고 시청률을 보이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다큐는 지루하다?  

일상의 중독을 다룬 '소셜 딜레마'. 사진 넷플릭스

 

유익하지만 교과서처럼 지루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다큐멘터리. 이제 다큐의 소재도 다양해졌다. 일례로 넷플릭스에선 SNS(소셜미디어) 중독을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낸 ‘소셜 딜레마’란 다큐가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현대인들에 큰 공감을 얻으며 시청자들이 자신의 SNS 계정을 삭제하거나 한 달 동안 로그인하지 않기 등 일종의 도전(챌린지) 활동에 나서면서 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콘텐트로 평가받았다.

환경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를 합친 제목이다. 사진 넷플릭스

 

최근 국경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하는 주제는 바로 ‘자연’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회 변화에 관심이 많은 MZ(밀레니얼·Z)세대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기후 변화, 온난화 등 이상 자연현상과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에 가입한 세계 1억 6000만 가구가 지속가능성 관련 콘텐트를 한 편 이상 시청했다. 이 중 ‘씨스피라시’ 다큐는 어업이 바다 생태계 파괴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줘 많은 사람이 SNS에 ‘#watchseaspiracy’ ‘#씨스피라시챌린지’ 등을 이용해 시청을 장려하는 등 국내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 스페인·프랑스어가 들린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예정인 스페인 범죄 인질극 드라마 '종이의 집'. 사진 넷플릭스

 

내용뿐 아니라 ‘원산지’도 다양해졌다.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프랑스·독일·벨기에 등 과거엔 접하기 어려웠던 여러 국가의 콘텐트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언어는 물론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경험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은 스페인 드라마에 범죄 인질극이란 익숙지 않은 소재임에도 ‘오늘 한국의 톱10’ 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어, 한국판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밖에 여름철을 맞아 공개한 공포영화 ‘스웜’과 ‘어둠속으로’에선 프랑스어가, ‘블러드레드스카이’에선 독어가 흘러나온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외국 시청자들은 모국어 더빙을 당연시하는 반면, 한국 시청자들은 원어 그대로 즐기는 걸 선호한다”며 “그만큼 다양한 언어를 접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달라진 성공 모델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IBK기업은행의 TV광고. 사진 IBK기업은행

 

의사·변호사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만 성공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시대는 갔다. 자영업자부터 ‘맨땅에 헤딩’한 스타트업 대표까지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써 가는 사람들이 롤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유명 대기업 취직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한 사람들의 용기 있는 첫걸음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의 광고는 이런 사회 변화를 담아낸 좋은 사례다. 이 은행은 올해 첫 번째 TV 광고의 모델로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 우주 탐사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 비건(채식) 빵집 ‘더브레드블루’, 게임 음악 전문 플랫폼 ‘플래직’ 등 다양한 혁신 사업가들을 선정했다.

콘텐트 업계 관계자는 “OTT 활성화로 형식과 주제에 얽매이지 않은 콘텐트들이 제작·편성되고 있다”며 “다양한 정체성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와 관점이 반영된다면 좀 더 다채로운 세상의 모습을 접하고 포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