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국민 경고·읍소로 집값 잡겠다는 무대책 정부
동아일보 입력 2021-07-29 00:00수정 2021-07-29 08:47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2021.7.28/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위원장, 경찰청장과 함께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의 반은 주택 매수를 자제해 달라는 읍소, 나머지 반은 추격 매수를 멈추라는 경고였다.
홍 부총리는 집값, 전셋값 불안에 사과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은 주택수급, 기대심리, 투기수요, 정부정책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하나 돼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또 올해 주택 입주물량이 전국 46만 채, 서울 8만3000채로 과거 10년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지적, 우려만큼 공급 부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 부동산 전문가 94.6%가 집값이 고평가됐다고 밝힌 점 등을 들어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정부 담화는 주택수급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시장과 괴리가 크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줬다. 정부가 평균 수준이라고 한 서울 입주물량 8만3000채는 다세대·연립, 공공주택을 합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민간아파트의 올해 입주물량은 2만 채에도 못 미친다. 4만 채였던 작년의 절반 수준이고 내년, 내후년엔 30∼40%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영끌’ 주택 구입의 위험성이 커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자신 있다” “공급은 충분하다”던 정부 말을 들었다가 ‘벼락거지’가 된 수요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명확한 공급대책과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날 국토부가 3기 신도시 공공분양 아파트에 시행하는 사전청약제도를 민간아파트, 도심 공공개발 아파트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이 방안은 주택 수요를 5∼7년 뒤로 미룰 뿐 공급이 실제 늘어나는 게 아니고, 전세 수요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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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 정부가 자제를 당부할 순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대안 없이 소비심리를 문제 삼으며 대출 억제, 불법 행위 엄단 방침을 밝히는 건 아무 효과도 없는 공허한 엄포에 불과하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민들에게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했다. 하지만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임대차 3법 재검토 등 반(反)시장적 제도부터 손보라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외면한 것은 국민이 아니라 정부 여당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정의 원인을 국민의 심리 상태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에서 찾아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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