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정권 마지막 대선 카드는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일 것
조선일보
입력 2021.07.28 03:26
태극기와 인공기 27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이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이 오전 10시부터 그동안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하기로 했다고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연합뉴스
남북이 27일 통신 연락선을 복원했다. 북한이 지난해 6월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통신선을 완전 차단한 지 1년 1개월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부터 수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소통해 온 결과라고 한다. 남북이 동시에 “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낸 것을 볼 때 상당한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남북 긴장 완화는 북핵 폐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반도를 절멸시킬 핵폭탄을 들고서 화해를 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김정은이 바라는 것은 북핵은 그대로 보유하면서 대북 제재를 벗어나는 것이다. 김정은의 이 목표가 바뀌었다는 징후는 하나도 없다. 그런 점에서 통신선 복원은 북의 근본적 변화 신호가 아니라 한국 대통령 선거에 남북 문제를 이용하려는 양쪽 정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카드는 남북 이벤트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트럼프·김정은 쇼로 지방선거에서 싹쓸이 대승을 거둔 전례도 있다. 김정은 입장에서도 한국 정권이 바뀌는 것보다 민주당 정권이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 앞으로 대선까지 어떤 쇼나 이벤트가 벌어질지 모른다. 실제 여당은 곧바로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 협력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통신선을 자신들 필요에 따라 6차례나 열었다 차단하길 반복했다. 2018년 1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비핵화 회담 쇼를 위해 복구했다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작년 6월 일방적으로 끊었다. 지금 다시 통신선을 복구한 것은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지금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식량난과 경제난에 빠져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 안팎에선 벌써 통신선을 이용한 ‘남북 화상 정상회담 추진’ 얘기가 나온다. 이를 징검다리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미·북,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목표로 하지 않고 TV용 쇼를 위한 정상회담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내년 3월 한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을 현혹하기 위한 이벤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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