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쟁송 정치’의 매듭, 文대통령이 직접 풀어야 한다
입력 2021.05.17 03:20 | 수정 2021.05.17 03:20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40회 스승의 날'을 맞아 영상을 통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최근 한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병폐는 정치권이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적 판단에 의존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정치는 왜소해졌고, 최종적 판단을 책임지게 된 사법부는 증대한 영향력만큼이나 온갖 정치적 갈등과 다툼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사법부에 의존하는 까닭은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是是非非), 즉 옳고 그름을 가려내겠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법적 절차를 통해 ‘근본적인’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재판으로 가려낼 수 있는 건 그 행위가 법 규정에 적용되는지 여부다. 상식적으로는 범죄일 것 같아도 관련 법 규정이 없으면 무죄가 되고, 명백히 죄를 지어도 법원이 그 정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처벌은 달라진다. 선거법을 어겼더라도 99만원의 벌금형이면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고, 100만원을 선고받으면 그 직을 잃는다. 요컨대 사법적 판결이 어떤 일에 대한 ‘근본적인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더욱이 세계관과 생각의 차이를 전제로 하는 정치의 영역에 대해 사법적 판단으로 옳고 그름을 나누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한 것일 수 있다. 또한 사법적 해결책은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판결 이후에도 앙금은 남는다. 이런 이유로 양보와 타협으로 윈-윈(win-win)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정치력의 발휘가 ‘쟁송(爭訟)의 정치’보다 언제나 상수(上手)의 해결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감된 지 4년이 넘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자택 격리 기간을 제외하고도 2년 가까이 수감 중이다. 법적 처벌과 무관하게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는 이미 충분한 처벌을 받았다. 국회의 탄핵 표결과 헌법재판소의 인용으로 현직 대통령이 그 직을 박탈당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은 뒤이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했고 지금도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심판은 국민에 의해 ‘가혹하다’고 할 만큼 확실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얼마 전 서울, 부산에서의 보궐선거 결과는 탄핵을 둘러싼 국민의 정치적 심판이 이제 끝났다는 걸 보여주었다. 정치적 처벌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이뤄져야 할 때가 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재임 중의 일로 처벌된 것도 아니어서 애당초 그 사법적 처벌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2009년의 사건'에서도 벗어날 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의 사면 문제에 대해서 몇 차례나 ‘국민 공감대’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사면, 복권의 권한을 부여한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화합과 통합을 위한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만약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여론조사 결과나 지지층의 의견에 따라야만 했다면, 12·12 군사 반란과 광주 시민에 대한 무력 진압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마 오늘까지도 감옥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하도록 한 전두환의 사면을 요구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단은 사면의 정치가 수반하는 통합과 화해의 정신을 극적인 형태로 드러내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 지도자라면 여론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국민보다 반 걸음 앞서 판단하고 필요하다면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역시 국정 농단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실상 기업 경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 중국 간 대결에서 보듯이 글로벌 차원의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4년 이상 재판에 발이 묶여 기업을 제대로 이끌 수 없었던 상황은 그에게는 감방에서의 물리적 구금보다 더 큰 형벌이었을 것이다. 이 부회장 역시 사면하고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 4년은 사실 ‘쟁송의 정치’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의 해결 역시 남은 1년간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직 대통령들의 구금을 포함한 ‘쟁송의 정치’는 문 대통령에게 더 큰 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어지럽게 얽혀 가기만 한 매듭을 이제는 풀어야 할 때가 되었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鶴山 ;
쇼통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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