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 1년 남은 대통령의 인사 횡포, ‘힘’이라 착각 말길
조선일보
입력 2021.05.12 03:22 | 수정 2021.05.12 03:22
문 대통령 4주년 특별연설./TV조선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임혜숙 과기부·박준영 해수부·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14일까지 재송부하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세 후보자에 대해선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지명 철회 요구가 나왔다. 그런데도 아랑곳 않고 문 대통령 뜻대로 14일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오기 인사를 넘어 국민과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다.
임 후보자는 국가 지원금으로 가족과 외유를 다녀왔고 종합소득세도 후보 지명 후에야 납부했다. 위장 전입과 논문 표절 의혹, 미국 국적 두 딸의 국내 의료비 혜택 등 그야말로 문제투성이다. 박 후보자의 아내는 수천만 원대 유럽산 도자기를 외교관 행낭에 몰래 들여와 인터넷에서 판매했다. 사실상 범죄행위다. 노 후보자는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 공급받아 수억 원대 차익을 남겼다. 그의 아내는 절도 범죄를 저질렀고 아들은 실업급여 부정 수령 의혹을 받고 있다. 장관은커녕 공직을 맡을 자격도 없다. 여당도 “최소한 임·박 후보자는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당 지도부는 이런 여론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인사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 후보자에 대해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고 추켜세우면서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식 인사청문회”라고 했다. 무수한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할 대통령이 남 탓을 하며 강행 의사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했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야당을 무시하고 부적격 후보자를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불통에 분노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어떤 흠결이 있어도 임명을 강행했다. 검증도 청문회도 다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렇게 임명한 장관급이 지금까지 29명이다. 세 후보자를 보태면 32명이 된다.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나.
청와대는 여당 내 반대 기류에도 임명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한다. 야당과 언론, 국민 여론을 외면한 건 이미 오래됐지만 이젠 여당까지 무시한 채 폭주한다. 오죽했으면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문 대통령 발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했겠나. 여당 지도부는 친문이 두려워 제대로 목소리도 못 낼 것이다. 모든 게 문 대통령 마음대로다. 1년 남은 정권의 횡포에 국민은 혀를 차고 있는데 이것을 ‘힘'이라고 여긴다면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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