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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朝鮮칼럼 The Column] 어쩌다 대통령

鶴山 徐 仁 2021. 3. 30. 10:39

[朝鮮칼럼 The Column] 어쩌다 대통령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입력 2021.03.30 03:20 | 수정 2021.03.30 03:20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는 부엌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트루먼 대통령의 말이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도 뜨겁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지난해 미국 민주주의는 큰 불길에 휩싸였다. 우리도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지지자들은 그를 청사(靑史)에 빛날 성군으로 칭송한다. 반대자들은 ‘독재자’ ‘빨갱이’라고 비난한다.

문 대통령은 제왕을 넘어 패왕적 대통령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 진영이 국회와 사법부, 언론까지 이처럼 폭넓게 장악하기는 처음이다. 국민권익위의 독립성도 의심스럽고, 선관위와 인권위는 많이 취약해졌다. 시민 단체까지 어용 선전 단체가 되었다. 감사원과 검찰은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다. ‘대깨문’이란 묻지 마 팬덤까지 몰고 다닌다. 가히 “이니 마음대로 해” 공화국이다. 최장집 교수가 “법의 지배가 가능치 않은 전제정”을 우려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정작 국정의 중심에 대통령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로 온 나라가 둘로 쪼개졌지만, 대통령은 없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고 추미애 장관이 난리를 쳐도 대통령은 거기 없었다. 집값, 전셋값 폭등으로 국민이 패닉 상태일 때도 그랬다. 문 대통령 리더십의 특징은 침묵, 부재, 유체 이탈이다. 있어야 할 때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엉뚱한 때 엉뚱한 곳에서 뜬금없이 등장한다. 집값이 심각한데도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한다. 북한이 ‘삶은 소대가리’라고 욕하는데도 “김정은과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길동무”라고 한다. 백신 확보가 늦은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걱정해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이고, 알맹이가 없고, 맥락이 닿지 않는 언행이다.

이런 문 대통령이 어떻게 총통에 버금갈 권력을 장악한 것일까? 탈원전부터 시작해 어떻게 4년 만에 나라를 거의 해체 수준까지 만들었을까? 안보만 보자. 공산주의자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규정하고, 국방 백서에서 북한 주적 개념을 빼고, 한미 연합 훈련은 형식화되고,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은 폐지되었다. 그 사이 북한은 실질적 핵보유국이 되고, 전술핵 개발까지 공언했다. 그런데 얼마 전 한미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가 빠졌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가속하겠단다. 너무 체계적이고 집요해서 무서울 지경이다.

 

그런데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문 대통령이 있기는 한 걸까? 지난 1월 말, 유영민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에 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이를 부정하며 압박하고 나섰다. 유 실장도 결국 ‘속도 조절’은 대통령의 표현이 아니라고 번복했다. 박범계 장관은 자신이 의원이기도 하므로 당론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보다 당이 먼저라는 뜻이다. 당에 의해 대통령 뜻이 뒤집힌 것이다. 레임덕이고, 재집권을 꿈꾸는 586 의원들의 쿠데타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처음부터 쇼통령이었다는 말도 있다. 그의 정치 역정을 샅샅이 아는 김정길 전 의원에 따르면, 후보가 없던 노사모가 못살게 들볶아서 마지못해 업혀 나왔다고 한다. 어쩌다 대통령이 됐지만, 어쨌든 “대통령이 됐으면 자기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그게 지금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누가 이 나라를 통치해왔는가. 박범계 장관은 신현수 전 민정수석에게 “왜 우리 편에 서지 않느냐”고 몰아세웠다고 한다. 그 ‘우리 편’은 누구인가? 진중권 전 교수는 부엉이회, 민주주의4.0연구원이라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국정 농단이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비선 정치에 취약하다. 거의 독버섯처럼 자란다. 대통령 권력은 막강한데, 능력은 평범하기 때문이다. 제도적 해결책은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다. 내각제라면 더 좋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1987년 헌법을 만들 때도 대통령 권력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정작 집권 기회가 다가오자, 민주화에 헌신한 사람들까지도 권력에 집착한 것이다. 그리고 흘러 넘치는 권력을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등 친위 그룹이 나눠 가졌다. 월계수회, 상도동계, 동교동계, 동숭동팀 등이 다 그런 사례다.

문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면 좋겠다. 대통령이 된 건 운명이지만, 대통령을 하려면 진짜 운명을 걸어야 한다. 심정 윤리만으로 안 된다. 책임 윤리가 우선이다. 베버의 말처럼 그게 정치의 도덕이다.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 머리말에 나오는 시다. 이제라도 나라와 국민과 함께 멀리 가는 강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