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0조 넘은 가계대출, 2030 좌절이 쌓은 ‘부채의 탑’
동아일보 입력 2021-03-12 00:00수정 2021-03-12 00:00
한국의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아파트를 사거나 오른 전세금을 충당하고, 국내외 증시와 가상화폐에 투자한 청년층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이 재정을 풀어댄 영향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국내 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어 머잖아 2030세대에게 밀려들 이자부담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513억 원으로 한 달 만에 6조7000억 원 급증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부동산시장 과열과 부채 급증을 경계해 대출을 옥죄는데도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6조4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작년 7월 말 ‘임대차 2법’ 도입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오르자 “차라리 집을 사자”는 청년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월 서울의 평균 전셋값은 5억9829만 원으로 2017년 2월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5억9861만 원)와 같은 수준이다. 4년 전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으로 지금은 같은 집 전세밖에 못 산다는 뜻이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집을 거래한 사람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작년 3분기에 이미 34.3%로 여러 세대 중 가장 많아졌다.
‘월급은 대출금 이자 내는 돈’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가리지 않고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청년층도 급증했다. 작년에 개설된 증권사 주식계좌의 절반 이상은 2030세대가 만들었다. 최근 증시 상승세가 꺾이자 이들은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어 ‘코인 대박’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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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가 빚까지 내가면서 집, 주식, 비트코인 투자에 집착하는 심리의 근저에는 ‘월급만 모아서는 부모 세대만큼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기 힘들다’는 깊은 절망이 깔려 있다. 9억 원을 넘은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을 보면 틀린 판단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달 말 금융당국이 내놓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이런 청년들의 절박함이 충분히 고려돼야 하는 이유다.
#가계대출#좌절#부채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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