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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날아든 ‘3개의 화살’... “이러다 1등 대열서 탈락”

鶴山 徐 仁 2021. 3. 11. 08:07

삼성전자에 날아든 ‘3개의 화살’... “이러다 1등 대열서 탈락”

 

[송의달 선임기자의 Special Report]
①스마트폰 점유율 10년래 최저
프리미엄폰은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은 중국이 우위
②경쟁 치열한 메모리 반도체
삼성, 인수합병 4년간 없고 176단 낸드플래시 한발 늦어
③이재용 수감으로 오너 공백
文정부 내내 압수수색·소환… 전문경영인으로는 한계 뚜렷

 

송의달 선임기자


입력 2021.03.11 03:00 | 수정 2021.03.11 03:00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西安) 공장 내부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대 기업이다. 회사의 시가총액(주가에다 주식 수를 곱한 금액)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평가에선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 11개에 국내 총연구개발(R&D) 투자의 47%, 법인세의 15%를 혼자 내는 한국의 ‘대들보’ 기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삼성전자의 활력과 스피드가 크게 떨어지고 세계 무대에서도 고립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앞날이 어둡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세계 1위… 공격 보다 守成

 

단적으로 세계 반도체 인수합병(M&A) 무대에서 삼성은 4년 넘게 ‘구경꾼’으로 머물고 있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 후 삼성은 ’16분기 연속 M&A 0건'이다. 작년 한 해 세계 반도체 M&A 거래액(1180억달러·약 130조원)을 감안하면 세계 2위 IT기업 삼성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십조원을 들여 변신을 꾀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공격 보다 수성(守成)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균열 조짐도 보인다. 2013년 32%대였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9%대로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작년 4분기와 올 1월 스마트폰 세계 1위는 애플이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상위 10사 가운데 7개를 차지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 합계(60%)는 삼성전자(19%)를 압도한다. 프리미엄급은 애플에, 중저가 제품은 중국에 협공당하며 점유율이 쪼그라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미국 마이크론은 삼성을 제치고 작년 11월 업계 최고난도 기술인 176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출시했고, 올 1월엔 10나노급 4세대 D램 상용화에 성공했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삼성이 제한된 연구 인력과 자원으로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분산한 결과,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술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美·日·대만 반도체 삼각 동맹

 

송의달 선임기자

 

 

세계 반도체 시장(2020년 기준 4331억달러)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삼성전자는 ’2030년 1위 달성'을 목표로 10년간 133조 투자를 2019년 선언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파운드리 부문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분야 1위인 TSMC와의 세계 시장 점유율 격차는 2019년 1분기 29%포인트에서 작년 4분기 39.2%포인트로 더 벌어져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나 마찬가지다.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인 팹리스(설계)와 후(後)공정인 패키징 부문에서 삼성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연구 인력 대폭 증원 같은 획기적 지원이 없는 한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는 당분간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만, 일본 3국 간 ‘반도체 동맹’이 급물살을 타는 것도 부담이다. 그 선봉장인 대만 TSMC는 일본 쓰쿠바시에 200억엔(약 2100억원)을 들여 반도체 R&D 합작법인을 세우고, 미국 애리조나 등에 360억달러(약 40조6000억원)를 투자해 6개의 생산 거점을 짓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설계는 미국, 제조는 대만, 소재·장비는 일본이 맡는 반도체 분업 구조가 굳어져 삼성의 입지가 더 좁아진다.

“10년간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2014년부터 반도체 산업에 1조위안(약 170조원)을 쏟아부은 중국은 올 들어 파운드리 기업 SMIC에 5조원을 투자하는 등 지원을 더 늘리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미·중 패권 전쟁으로 중국의 기술 독립이 앞당겨질 것”이라며 “이 경우 삼성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총수 不在'...손·발 묶인 삼성

 

삼성전자는 ‘반도체 진출 선언’(198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1993년), ‘스마트폰 진출’(2008년)처럼 고비 때마다 오너의 결단으로 돌파해 왔다.

기업분석 연구소인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지금은 대형 장치 제조업인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고 체질을 혁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수십조원 짜리 투자 결정 등은 전문 경영인들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삼성 안팎의 진단이다. 더욱이 최근 4년간 삼성에 자행된 먼지털이식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430여 차례 임직원 소환 조사로 삼성 임직원들의 사기(士氣)는 크게 떨여졌다. 올 1월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은 1년 6개월 형을 더 살아야 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전무는 “총수 부재와 사법 리스크, 그리고 정치 권력의 발목 잡기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톱 대열 탈락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와의 ‘원 팀 작전’ 삼성과 격차 벌린 TSMC

미국의 反中 전선 선봉장… 매출·영업이익·주가 사상 최고

 

 

세계 1위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전문 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2018년도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해 1월 초 시가총액도 1000억달러(약 110조원) 정도 적었다. 하지만 2년 만인 지난해 이 회사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보다 3조원 이상 많았다. 이달 9일 기준 TSMC의 시가총액은 800억달러(약 90조원) 이상 많다. 최근 1년간 주가 상승률(146%)도 삼성전자(67%)를 압도한다.

TSMC가 이처럼 훨훨 날고 있는 비결 중 하나는 대만 정부와 ‘원 팀(One Team)’을 연상시키는 ‘밀월(蜜月)’ 관계다. 일례로 작년 9월 18일 대만 총통 관저에서 1979년 단교 후 대만을 방문한 최고위 미국 관료인 키스 크라크 경제차관 환영 만찬에서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겸 전 회장이 민간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참석했다.

지난달 6일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와 대만 경제부 장관의 고위급 경제 회담에도 TSMC 고위 임원들이 배석했다. 정부는 TSMC에 자본과 인력 육성·지원은 물론 경영권을 확실하게 보장해 준다. TSMC는 차이잉원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 선봉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총매출액의 15%를 차지하는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완전히 끊은 TSMC는 그 여파로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 물량이 72% 감소했다. 그러나 미국 기업에서 훨씬 더 많은 반도체 물량을 주문받아 주가와 매출, 영업이익 모두 1987년 창립 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 들어 차량용 반도체 등 공급 부족으로 몸값이 한층 더 오른 TSMC는 자사 생산 반도체를 지렛대로 대만 정부와 함께'반도체 외교'를 벌이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기업에 무한대에 가까운 지원과 협력을 해주는 대만 정부의 친(親)기업 행보는 4년 내내 삼성전자를 적폐 대상으로 삼고 옥죄고 있는 한국 정치권과 대비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