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윤석열 현상
사퇴 4일만에 지지율 급등
‘○○○현상’ 성공한 적 없어
이번엔 싸워 얻었다는 점 달라
‘檢事’ 탈피가 안착 관건
최재혁 기자
입력 2021.03.09 03:00 | 수정 2021.03.09 03:00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주자 지지율이 총장직 사퇴 4일 만에 1위로 뛰어올랐다. 8일 발표된 여론조사 두 개 가운데 하나는 32.4%, 또 하나는 28.3%를 얻었다. ‘반문(反文) 선언’이나 다름없는 총장 사퇴의 변(辯)을 거침없이 내뱉을 때 ‘컨벤션 효과’를 예상했지만 가파른 상승세다.
일부에선 ‘윤석열 현상’이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정치 신인 이름 뒤에 ‘현상’이라는 단어가 붙으려면 차기 대통령을 바라볼 수준의 지지율이 나와야 한다. 안철수가 정치 무대에 올랐을 때 곧이어 ‘안철수 현상’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당시 부동의 대선 후보 1위였던 박근혜를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는 모양이다.
앞으로 윤석열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윤석열을 지켜본 바로는, 지금 이 시간 현재 윤석열이 설정한 정치적 좌표는 안철수와 가장 유사해 보인다. 586 좌파(左派)와 그들과 손잡은 골수 친문(親文)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장차 ‘반문(反文) 텐트’를 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제휴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자택에 칩거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지 정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에서 ‘○○○ 현상’이 성공한 적은 없다. 노무현 정부 때 ‘고건 현상’, 이명박 정부에서의 ‘안철수 현상’, 박근혜 정부 당시의 ‘반기문 현상’이 그랬다. 정치 세력 교체의 기대가 한 사람에게 몰렸지만 당사자들은 그 부담을 견디질 못했다. 작년 한 해 법무장관으로서 인사권과 지휘권을 쥔 추미애를 상대로 윤석열이 벌인 처절한 싸움을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은 “윤석열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드는 윤석열의 차이점은 권력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뚝심과 맷집이다. ‘윤석열은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일 뿐’이란 평가절하에 대해 그들은 “밖에서 때려서 아니라 맞서 싸웠기 때문에 윤석열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최근 윤석열이 보여준 정치적 판단, 언어 감각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속도 조절로 사퇴 명분을 주지 않으려 하자 더 이상의 틈을 주지 않고 사표를 던졌다. 사퇴 전날 마지막 일정으로 잡은 대구고검 방문에선 ‘박근혜 수사’에 대한 반감(反感)이 있는 대구를 향해 “어려울 때 나를 품어준 곳”이라고 했다.
그때 나온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메시지는 윤석열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수사청은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 파괴’라는 간명한 메시지는 8일 나온 한 여론조사에서 56.6%의 공감을 얻었다. 퇴임 이후 윤석열이 내놓은 첫 대외 메시지는 ‘LH 투기는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한 망국(亡國)의 범죄’였다. ‘LH 의혹’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전(戰)에 일찌감치 발을 담근 것이다.
윤석열은 이제 여의도의 대기권에 진입한 단계다. 대선 주자로서의 연착륙까지는 길다면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야당 대표는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했지만 그때까지 윤석열은 숱한 장애물을 마주할 것이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도 검찰총장 임기를 포기하고 정치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를 초토화시킨 ‘적폐 수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아내와 처가에 대한 네거티브도 상당할 것이다. ‘검사’ 외피를 벗고 ‘정치인 윤석열’의 비전도 보여줘야 한다. 혹독한 신고식과 검증이 뒤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중도·보수층의 상당수는 윤석열이 그런 벽을 뚫어 거여(巨與)가 질식시킨 지금 정치에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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