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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우리는 3년 남았다”는 여당, 대통령을 끌고 다니나

鶴山 徐 仁 2021. 3. 8. 18:57

[朝鮮칼럼] “우리는 3년 남았다”는 여당, 대통령을 끌고 다니나

 

강경파·포퓰리스트에게 에워싸인 文 대통령
오만하고 무책임한 여당, 인기 영합 정책 쏟아내
열린우리당 때보다 더 취한 듯 물이 배를 뒤집을 수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입력 2021.03.08 03:20 | 수정 2021.03.08 03:20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일전 더불어민주당이 판사 탄핵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권력의 오만과 당 리더십의 무능을 느꼈다. 판사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탄핵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역사상 최초’라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꼭 처리해야 할 만큼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라는 데에 공감할 수 없었다. 탄핵 사유 역시 사법부가 함께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었지 일개 부장판사가 혼자서 그 책임을 다 져야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무리하게 일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의 무능과 정치적 편향만이 부각되었고, 판사 탄핵은 그저 민주당의 ‘힘 자랑’에 그치고 말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일부 초선 의원의 공명심과 정치적 미숙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열린우리당 때의 강경파 ‘탈레반’과 초선 108명의 ’108번뇌'가 떠올랐다. 이 강경파가 당내 정치를 주도하면서 이념성 강한 원리주의 노선을 추구했고 당 리더십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오늘날에도 이미 법제화한 5·18 왜곡 처벌법이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시민적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 그리고 이제는 타당한 명분도 찾기 어려워진 검찰 수사권 무력화 시도 등을 보면서, 강경파에게 휘둘리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열린우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때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문제가 생겨났다. 이런 모습의 집권당이 국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치에서 의제 설정과 정책 집행의 주도권은 당연히 대통령에게 있다. 집권당은 대통령의 정책을 지원하고 야당의 반대를 정치적으로 조정해 내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이 각종 정책을 주도하고 대통령은 그저 거기에 끌려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재난 지원금 문제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책임진 경제부총리를 불러놓고, 돈을 더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누가 봐도 선거용인 가덕도 공항 건설 사업을, 관련 부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감히 나서서 추진을 약속하고 있다. 더욱이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안인데도 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가덕도까지 가게 만들었다. 최근 논란이 된 검찰 수사권 폐지의 속도 조절을 둘러싼 대통령의 지시와 이에 대한 사실상 당의 거부 역시 대통령과 집권당 간 심상치 않은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재난 지원금 규모나 대상, 주요 국책 사업 선정과 추진, 국가의 핵심적 공안 기능 조정과 같은 중요 사안은 당연히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주요 국정 사안에 대해 대통령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거나 하릴없이 당에 끌려다니고 있다. 집권당이 대통령을 제치고 국정을 주도하는 모습 역시 우리 정치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5년 국정 위임에 대한 평가와 책임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오롯이 혼자 짊어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지원으로 국가 재정이 어려움을 겪거나, 무리한 공항 건설로 환경이나 비용 면에서 재앙적 결과가 발생하거나, 수사권 조정이 부패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막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 국민은 그것을 ‘다 문재인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대통령과 집권당의 입장은 달라진다. 정치적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긴 채, 더불어민주당은 눈앞의 선거 승리와 권력 유지를 위해 무책임하고 인기 영합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당내에서 ‘우리는 3년 남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이미 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다른 이해관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후반 열린우리당의 반대에도 한미 FTA를 밀어붙였고 이는 중요한 치적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집권당 내 정치적으로 미숙한 강경파나 뒷감당 생각지 않는 무책임한 포퓰리스트들에게 에워싸인 채, 자신의 어젠다를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민주당의 국정 주도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 직후 당선인 워크숍에서 ‘승리에 취해 과반 의석을 과신하며 겸손하지 못했다’고 열린우리당 시절을 회고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취해 있는’ 것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이 역시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나왔던 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2004년 152석을 차지했던 열린우리당은 4년 뒤 총선에서는 81석을 얻었다. 이번에는 오만과 무책임의 끝이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