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核 있는 北’과 전면전 때 ‘핵 없는 韓’이 무슨 작전권을 행사하나
조선일보
입력 2021.02.03 03:26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가 2일 ’2020년 국방백서'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국방백서의 “전작권 전환을 안정적으로 추진 중”이란 표현보다 ‘속도’를 강조한 것이다. 원인철 합참의장도 이날 미 합참의장과 통화에서 전작권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방백서는 북한군이 미사일 여단을 2년 전 9개에서 13개로 확대했다고 했다. 실제 김정은은 2019년 핵 탑재가 가능한 신형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북의 핵·재래식 전력 증강을 알고도 대응책 마련이 아니라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겠다는 것이다.
지금 북은 핵을 갖고 있고 한국은 핵이 없다. 전쟁이 발발하면 북핵은 더 이상 과시용이 아니라 실전용이 된다. 그때 한미 연합군의 최대 과제는 북핵을 어떻게 탐지하고 무력화시키느냐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모든 것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북핵 억제 견제 타격은 미군만이 할 수 있다. 북핵 탐지의 핵심은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 각종 미군 정찰 자산이다. 한국군은 2024년까지 위성 5대를 띄운다는 계획이 있거나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도입했지만 미군의 능력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최후의 순간에 맞대응할 핵도 없다. 이 모든 것을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대체 어떻게 전시(戰時) 작전권을 행사한다는 것인가. 미군이 그런 지휘에 응하겠나.
한미가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2014년과 지금은 안보 환경이 천양지차다. 북은 수소탄 실험에도 성공했고 “핵탄두가 100개”라는 평가도 받는다.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까지 만들었다. 상대가 핵폭탄을 보유하는 지각변동이 발생했는데 전시 작전권 전환을 대통령 업적이라며 무작정 밀어붙인다는 것은 안보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한국군의 역량 평가가 필수적이지만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3대 한·미 연합 훈련은 모두 없어졌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합 훈련이 컴퓨터 게임처럼 돼 간다”고 우려를 표하는 지경에 왔다. 2014년 전작권 전환의 3대 조건은 한국군 군사 능력, 북 핵·미사일 대응 능력, 한반도 안보 환경이었다. 지금 충족된 것이 하나라도 있나.
전시 전작권은 전면전 발발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쟁 발발 시 국민 생명, 국가 존립과 직결된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그럴 능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국방부 장관은 “재임 중 전작권 전환에 진전된 성과가 있어야 한다”며 ‘시간표’를 정했고 국방백서는 ‘속도’를 강조했다. 북이 핵을 발사하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한국군 사령관이 미군 핵우산과 확장 억지 수단을 마음대로 동원하고 명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도 이런 오산이 없다. 유럽 국가들은 자존심이 없어 나토(NATO) 최고사령관에 미군 대장을 임명하나. 안보 포퓰리즘에 군이 앞장서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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