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민정수석실이 비리 소굴인 나라
조선일보
입력 2020.10.15 03:26
청와대 전경
옵티머스 펀드 사기범의 아내인 이모 변호사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한 이씨는 옵티머스 자금 세탁처로 의심받는 관계사 최대 주주이자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한 회사 사외 이사였다. 이씨가 청와대에 들어간 시기는 조국 사태로 한창 사모펀드 논란이 벌어졌을 때다. 그런데도 사모펀드 상당 지분을 가진 인사가 금융 감독 기구를 관할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입성했다.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 옵티머스 사기 핵심 인물이 민정수석실에 있으면서 어떤 일을 했겠나. 옵티머스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라임 펀드 사건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등장한다. 라임 전주(錢主) 김봉현씨는 작년 지인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라임이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소문이 돈다’고 하자 “내가 일처리할 때 경비 아끼는 사람이던가” “금감원이고 민정실(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다 내 사람”이라고 했다. 펀드 사기범의 과장이 있다고 해도 전혀 근거 없이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금감원 출신 청와대 행정관이 김씨에게 뇌물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민정실이 다 내 사람’이라는 김씨 말도 곧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공직자 비리를 감시하고 사정 기관을 총괄하는 것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 정부 민정수석실은 온갖 추문에 연루되지 않은 적이 없다. 비리 감시는커녕 앞장서 비리를 저질러왔다.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 공작을 총지휘한 곳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민정비서관이 야당 후보 비위 첩보를 경찰에 내려보내 수사를 지시하고 수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 대통령을 ‘형’이라 불렀다는 유재수씨는 금융위 재직 시절 업자들에게서 뇌물 수천만원을 받았지만 영전했다. 민정비서관은 ‘우리 편이니 봐줘야 한다’고 했고, 민정수석은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 조폭 영화에나 나올 장면이다. 대선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일당이 공직에 기용해달라며 인사를 추천하자 민정비서관이 달려나가 면접을 봤다. 이들의 입을 막으려 한 것이다. 민정수석은 아들 입시 비리에 가담한 변호사를 민정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발탁했고, 이 비서관은 자기를 수사하는 검사들의 인사 검증을 했다.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비리를 저지르고 은폐하는 비리 소굴이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기구인 특별감찰관이라도 있었다면 민정수석실을 견제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4년이 되도록 임명조차 하지 않는다. 분명한 위법인데도 깔아뭉갠다. 자신들의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는 게 두려운 것이다. 그 사이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이 앞장선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미 드러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펀드 의혹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 “검찰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장악이 끝났으니 이번 펀드 사건도 다른 사건들처럼 덮고 뭉갤 수 있다고 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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