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인 격리 中 "외교보다 방역 중요" 韓은 '방역보다 중국'
조선일보
중국 헤이룽장성의 한 지역이 26일 주민에게 "한국·일본에서 몰래 돌아온 사람이 있으면 즉각 신고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발견 즉시 격리 시설로 보낼 것이라고 했다. 장쑤성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의 아파트 현관에는 주민위원회가 '봉인' 딱지를 붙였다고 한다. 중국 귀환 후 14일이 지나야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봉쇄된 우한 시민이 겪었던 조치다. 지난 이틀간 중국 공항 두 곳에서 강제 격리된 우리 국민이 100명을 넘는다. 쓰촨성 공항은 체온만 재고 입국시켰다가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격리할 중국 도시와 공항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우리 외교부가 주한 중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더니 대사는 "일부 지방 정부가 한 것"이라며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공산당 치하의 중국에서 지방이 '중앙 모르게' 무엇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외국인 공항 격리 같은 외교 문제를 지방에 맡길 공산당이 아니다. 사드 보복 때도 이랬다.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 정지를 지방 정부의 소방법 단속이라고 했었다. 뻔한 거짓말을 태연하게 반복한다. 중국 대사는 부임하자마자 중국인 입국을 막지 말라고 압박했다. 그랬더니 청와대와 여당에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중국인 혐오 안 된다"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출입국 담당인 법무장관은 "(중국이)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중국이 고마워하며 무슨 선물을 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국익만이 기준인 국제 관계의 생리를 모르는 철부지 같은 행태다. 지금 중국이 '중·한은 운명공동체'라고 하나. 유치한 사고방식으로 국정을 하니 국민만 뒤통수를 얻어맞는다.
중 공산당 선전 매체가 27일 한국인 격리와 관련해 "외교보다 더 중요한 방역 문제"라고 했다. "해외 입국자를 방치해 역병이 재발하면 중국 인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이것이 옳고 당연한 말이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외교보다 방역을 앞세우고 있다. 안전과 건강보다 우선하는 게 뭔가. 지금 세계에서 국민 안전보다 정치를 우선한 국가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다. 시진핑 방한을 위해, 올림픽을 위해 초기에 중국 감염원을 차단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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