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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상처 주고 소금 뿌리는 정부

鶴山 徐 仁 2020. 2. 21. 14:14


[데스크에서] 상처 주고 소금 뿌리는 정부

조선일보

입력 2020.02.21 03:14

안준호 산업1부 차장
안준호 산업1부 차장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직격탄을 맞은 국내 대표 원전 기업 두산중공업이 1000여명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19일 정부는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은 탈원전 탓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설명 자료를 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개 주무 과(課)가 함께 낸 A4 용지 5장에 이르는 장문의 설명 자료에서 "두산중공업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세계 발전 시장의 침체, 특히 석탄화력 발주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에너지 전환(탈원전) 정책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금액은 과거 대비 변화가 없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두산중공업이 입고 있는 손실과 피해는 없다는 얘기인데 이게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건 업계 사람들은 모두 다 안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 주(主)기기 제작에 이미 4927억원을,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비 투자비와 기술 개발 비용으로 2300억원을 투입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로 인한 매몰 비용이 최소 7000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주기기 납품이 올해 말 거의 끝나면 당장 내년부터는 국내 원전 매출은 절반으로 급감하고, 공장 가동률도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 역시 업계의 정설이다. 게다가 현 정부가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한꺼번에 백지화해 예상됐던 미래 매출 7조~8조원은 연기처럼 사라지게 됐다.

산업부는 "세계적 에너지 전환(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로 웨스팅하우스 등 해외 원전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인과 결과를 뒤죽박죽으로 섞어놓은 궤변'이라고 지적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웨스팅하우스 등은 시장은 있지만, 공급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기(工期)와 예산에 맞춰 건설할 능력이 있는데도 탈원전으로 공급 능력을 상실해 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또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체코·폴란드 등 신규 원전 수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당장 급한 상황만 모면하기 위한 립서비스일 뿐이다. 정부의 원전 수출 지원이 말뿐이라는 건 여러 곳에서 입증되고 있다. 폴란드 원전 수주를 위해 프랑스와 일본 등 경쟁국은 정상들이 직접 뛰고 있지만, 우리는 산업부 차관이 폴란드를 방문한 게 고작이다.

대기업인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을 할 정도면 이 회사의 수많은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은 더 처참한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탈원전 탓에 원전 업계가 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도 정부는 '탈원전 탓이 아니다'라는 변명에만 급급하다. 탈원전 탓에 제 살 깎아내는 고통을 감내하는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원전 업계를 두 번 죽이는 설명 자료는 굳이 내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0/202002200407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