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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멸<自滅>의 길’ 재촉할 北 ICBM 허장성세

鶴山 徐 仁 2019. 12. 16. 20:56

[사설]‘자멸<自滅>의 길’ 재촉할 北 ICBM 허장성세

동아일보  입력 2019-12-16 00:00 수정 2019-12-16 00:00



북한이 13일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에서 두 번째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험은 밤 10시 41분부터 7분간 진행됐다면서도 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엿새 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1단 엔진 시험에 이어 2단 엔진 연소시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남포에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준비하는 듯한 동향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은 마치 스무고개 하듯 아리송한 대외 도발 메시지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 이번엔 ‘7분’의 시험시간을 공개하고 ‘미국의 핵위협을 제압하기 위한 전략무기 개발’용이라고 했다. 대기권 재진입까지 가능한 ICBM 2단 추진체의 연소시험일 가능성을 강하게 풍긴 것이다. 모호한 발표와 수상한 움직임으로 관심을 자극하고 반응을 떠보면서 결국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것이라고 벼랑 끝 협박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막판 타협 의사가 있음을 은근히 흘리고 있다. “우리를 자극하는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다”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선 연말 ICBM 도발도 자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분히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어제 방한을 겨냥한 언사일 것이다. 비건 대표가 뭔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를 기대하며 막판 총력 시위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그런 북한에 흥분하거나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세관리 차원에서 반전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대북제재 해제 같은 턱없는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 미국은 당장 대북 감시망을 강화하며 그간 소극적이던 유엔 제재 논의에도 나섰다. 앞으로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경제적, 군사적으로 봉쇄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북한이 도발할수록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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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제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했다”며 ‘힘의 균형’을 거론했다. 그만한 허장성세가 따로 없다. 힘의 균형, 즉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정치 현실에서 실질적 파워가 만드는 질서를 지칭하는데, 당장 주민의 굶주림도 해결 못하는 북한이 핵무기 몇 개 손에 쥐었다고 꺼낼 얘기가 아니다. 주체도 못할 핵보유국 행세로는 자멸(自滅)할 뿐이다. 북한 스스로 정한 ‘연말 시한’의 마지막 기회일 비건 대표부터 만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