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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라드 칼럼] 트럼프만 바라보는 북한, 내년 초가 위험하다

鶴山 徐 仁 2019. 11. 8. 20:44

[에버라드 칼럼] 트럼프만 바라보는 북한, 내년 초가 위험하다



      
존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존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종종 ‘죽기 살기로’ 외교에 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죽기로도, 살기로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를 유지하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한 듯하다.  

북한 선 제재 해제 억지 요구에
북·미, 남·북 관계 위기로 치달아

북한은 스톡홀름 북·미 실무자 회담이 결렬된 뒤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처를 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겨운 회담이 다시 진행되길 원치 않는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협상을 종결시키지는 않으면서 사실상 진전 불가 상태로 만든 것이다.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북·미 대화의 결과가 아닌 전제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북한 측 협상가들이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명확히 정의했던 적은 없지만 최근 요구사항을 보면 한·미 합동군사훈련 완전 종료와 대북제재 철회를 의미하는 듯하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큰 양보를 감수해야 하는 조건이며,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핵심 사항들을 수락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북한이 왜 이런 주장을 할까? 어쩌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고 대선까지 앞둔 상황이라 대북정책의 성과를 잃지 않기 위해 북한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라고 오판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터무니없는 조건을 수락하는 쪽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막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힌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이보다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아닌 실무자 협상에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과 2020년 대선 등 국내 문제에 골몰하느라 북한과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10월 16일 북한은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백마 등정을 보도하며 “세상이 놀랄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북·미 대화에서 제시할 것이 없어지자 북한은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 10월 27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이) 시간 끌기를 해 올해 말을 무난하게 넘기려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언급했듯, 북한은 미국에 제시한 연말까지의 시한을 강조하는 한편 대화 재개 시점을 늦출 구실을 찾아야 한다. 이런 목적을 충족시키려면 북한은 공식적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차단하지는 않으면서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고, 이를 수락해야 대화에 임하겠다고 우길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의 외교가 ‘죽지는 않았고 혼수상태에 빠진’ 정도라면, 북한과 남한의 교섭은 이미 사망해서 악취가 나는 수준이다. 10월 23일 금강산을 방문한 김 위원장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소식은 남북관계가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앞으로 북한은 어떤 길로 갈까? 북한은 주민들의 굶주림과 불만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식량 배급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을 받아야 하므로 북한은 중국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은 최대한 피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싫어하는 핵 실험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내년 초에도 미사일 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있다. 보란 듯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트럼프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할지도 모른다. 신형 잠수함으로 미사일 실험을 시도할 수도 있다. 최근 북한이 실험한 단거리 미사일은 성능이 향상돼 한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만하다. 남·북 대화는 단절됐고, 북한은 특유의 신랄한 화법을 부활시켰다. 북한은 한국 정부를 조롱하거나, 한국과 미국의 동맹을 왜곡해 해석하거나, 미국을 직접 위협하지 않으면서 무력을 행사하는 데는 정치적 제약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한반도는 겨울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북한 문제에도 점점 냉기가 퍼진다. 2020년 1월이 걱정이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