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몇 가지를 살펴본다. 정경심 씨는 검찰의 비공개 조사를 받고 돌아온 스물세 살 아들에 대해 이렇게 썼다. "평생 엄마에게 한 번도 대들어 본 적 없는, 동네에 소문난,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였는데…"
지난달 28일 정경심 씨의 요청으로 조국 장관 집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주었던 증권사 직원 김모씨. 이번에는 이 사람의 증언을 들어보자. "(아들은 엄마에게) 내 노트북 하드디스크도 최신 사양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네 노트북은 바꿀 필요 없다. PC 하드디스크만 바꾸면 된다고 했다." "같은 말이 반복되면서 (조국 아내와 아들은) 서재에서 큰 소리로 말다툼을 벌였다."
물론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 그런데 정경심 씨는 ‘한 번도 대들어 본 적 없는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였다’고 했고, 그 집에서 일을 했던 김모씨는 ‘모자(母子)가 큰 소리로 말다툼을 벌였다’고 했다.
정경심 씨는 이런 말도 했다. "어제가 딸아이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소환되는 바람에 전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 끼를 못 먹었다."
그러자 인터넷에는 정경심씨의 글을 반박하는 게시물이 확산됐다. 요약하면 ‘가족과 밥을 못 먹었다는 조국 딸은 이날 외출해서 지인과 고급 중식당에서 만찬을 즐기고 칵테일까지 마셨다’는 것이다. 조국 딸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 인물은 인스타그램에 지금 보시는 이런 사진까지 올렸다. 요리와 칵테일 사진, 그리고 조국 딸의 영어 이름과 함께 ‘언니 생일 축하’라고 적었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 1면 톱을 보자. ‘부(富)를 물려받지 못한 청년, 불평등 수렁에 빠지다’는 제목이다. ‘자수성가 할아버지는 서울 시내에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정규 직장이 없던 부모는 수도권에 하우스 푸어로 살아간다. 스펙과 지원이 없는 청년인 나는 지방 원룸에 월세살이는 한다’는 도식(圖式)을 보여준다. 사회를 바라보는 이런 분석과 시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경심 씨에게 묻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나이 스물이 넘은 청년들 중에는 하루 종일 알바 뛰느라 온 가족 둘러앉은 생일상은 꿈도 못 꾸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알고 있는가.
정경심 씨에게 또 묻는다. 당신은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온 아들에 대해 이렇게 썼다. "아이의 자존감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보다." 정경심 씨는 부산 의전원에 다니는 딸,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 당신의 딸-아들이 받은 것 같은 화려한 ‘품앗이 조작 스펙’이 없어서 눈물을 흘리다가 이번 조국 사태를 보면서 한없이 자존감이 무너져 내린 수백만 청년들은 보이지 않는가. 정경심 씨는 지난 10년 가까이 매일 20대 청년들을 가르쳤을 현직 대학교수이기 때문에 묻는다. 당신 가족들이 만들어낸 ‘거짓 스펙’ 때문에 눈물 짓고 무너졌을 수백만 청년들의 자존감을 단 일 분 일 초도 생각나지 않는가.
정경심 씨는 이런 말을 했다.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 솔직히 이 표현을 보고 조금 무서웠다. 자신의 입으로 ‘피눈물이 난다’는 사람은 왠지 반드시 보복을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정경심씨는 공인(公人)이다. 남편은 현직 장관이다. 본인은 대학교수다. 그렇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평균적이고 상식적인 시민이라면 페이스북 첫 문장에 ‘국민 여러분께 저희 가족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적었을 것 같다. 정경심씨는 그런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고 그저 분하고 억울해서 피눈물이 날 뿐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끝내 조국 장관의 방패막이가 되고, 그가 이 정권 끝까지 법무장관으로 남게 된다면, 조국-정경심 부부는 가슴에 흘렀다던 ‘피눈물’을 누군가에게 돌려받으려고 하지 않을까.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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