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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국방부·통일부의 ‘합동 거짓말’ 외 1

鶴山 徐 仁 2019. 6. 20. 21:24

[김광일의 입] 국방부·통일부의 ‘합동 거짓말’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6.20 18:44


6·25 전쟁 때 맥아더 장군이 군 수뇌부를 모아놓고 이런 말을 했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군사(軍史)에 길이 남을 명언 중에 명언이다. 중장년층은 군복을 입고 있는 동안 귀가 닳도록 이 말을 들었을 것이다.

"작전에 실패하면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하면 용서 못 한다." 마치 2019년6월 우리 동해안에서 벌어질 일을 미리 예견한 듯 남겨놓은 교훈이다. 우리 지휘관의 작전 능력이 적장에게 뒤지거나 우리 병력과 화력이 적보다 모자라면 전투에서 질 수 있다. 그러나 경계는 다르다. 경계가 뚫렸다는 것은 눈감고 잤다는 뜻이다. 경계가 뚫렸다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충성심과 군 기강이 망가졌다는 의미다. 후방에 있는 우리 국민이 100%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뜻이다.

북한 주민 넷을 태우고 함경북도 경성을 떠난 조그만 똑딱선 한 척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강원도 삼척 항에 마치 요트 유람선 정박하듯 도착했다. 이것 하나로도 해당 군 지휘관들은 이등병 강등까지 각오해야할 중대 사안이다. 전방(前方)이 뚫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일이 벌어지고 난 뒤 우리 국방부와 통일부는 국민과 언론에게 거짓말로 일관했다. 하나씩 본다.

국방부는 처음에 이렇게 말했다. "해경으로부터 방파제에서 (북한 목선을) 접수했다는 상황을 전파 받았다." ‘접수했다’, ‘전파 받았다’, 이런 말 자체도 완전히 손발이 묶인 사람 같은 말투다. 그러나 이것조차 거짓말이었다. 다음 날 이렇게 말을 바꿨다. "북한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에 (스스로) 접안했다." 정말 어이가 없다. 또 군은 당초 이렇게 말했다. "(북한 목선이) 떠내려 왔다." 마치 무동력 목선이 조류를 타고 표류하던 끝에 우연히 삼척항에 도달한 것처럼 말한 것이다. 이것 또한 거짓말이었다. 결국 군은 "(북한 목선이) 엔진을 가동해 움직였다"로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의 물증 제1호인 북한 목선을 보자. 처음에 통일부는 "북한 목선을 선장 동의로 폐기했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군은 "동해 1함대에 목선을 보관 중"이라고 했다. 애초 목선을 폐기했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 우리는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우리 군의 ‘뚫린 구멍’을 보강하고, 북한 쪽 사정을 연구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우리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후손들이 오늘날 남북한 현실을 돌아볼 역사적 물증으로 영구 보관해도 모자랄 중요 사료일 텐데 도착하자마자 폐기를 했다. 왜 그랬을까?
이희호 여사 장례식에 김정은이 보내온 조화는 영구 보관하고, 북한 주민이 타고 온 목선은 이튿날 폐기하고, 그런 거였나? 그런데 알고 보니 통일부의 거짓말이었다. 그렇다면 통일부는 왜 서둘러 거짓말을 했을까. 기자들이 보자고 할까봐? 자꾸 언론보도에 사진이 나가고, 저런 배로 어떻게 탈출이 가능했을까 기자들이 따지고 들고, 어떻게 저런 배에 경계가 뚫렸을까 물으면 답변이 궁색하고, 그런 모든 일련의 과정이 북한의 심기를 거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냥 "폐기했다"고 발표한 것일까.

지난주 인천의 한 길거리에서 주민이 M16 소총을 주워서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알고 보니 수도군수지원단 소속 사병이 훈련을 받고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던 중 잃어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때도 많은 분들이 혀를 차며 걱정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때도 "우리 군이 ‘당나라 군대’가 됐다"는 자조 섞인 탄식을 들어야 했는데, 이제 9·19 남북 군사합의 여파인지 동해안이 뻥 뚫린 것을 보면 M16소총 분실은 그냥 애교였다.

문 대통령이 스웨덴 연설에서 "남북 평화를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라고 하고 있는 판이니, 60만 장병인들 힘이 안 빠질 도리가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보고난 뒤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평화와 안전이 보장 된다"고 했다. 하도 전도(顚倒)된 세상에 살고 있다 보니 누가 우리 대통령인지 헷갈리는 발언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동해안이 뚫린 사건의 최고 군 책임자가 누구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0/20190620029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