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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인민회의’ 분석해 보니…김정은의 진짜 속마음이 보였다

鶴山 徐 仁 2019. 4. 12. 21:48


‘北 최고인민회의’ 분석해 보니…김정은의 진짜 속마음이 보였다

주성하기자   입력 2019-04-12 10:52 수정 2019-04-12 13:53



동아일보 DB

“김영철은 이제 빠져, 최룡해가 외무성 데리고 해봐”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1일 회의가 11일 마무리되면서 숨 가쁘게 이어져 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월 행보도 일단락을 맺게 됐다. 4월 초에 보여준 김 위원장의 행보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북한이 발표하는 공식 성명과는 달리 김정은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 통전부 중심 대미협상, 국무위 중심으로


11일 제14기 1차 1일 회의에선 북한의 지도부 개편이 다뤄졌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대미협상 라인을 새롭게 정비하고 크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북미 협상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주도해 왔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도 회담에 등장하긴 했지만, 김 부장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즉 김정은을 둘러싼 대미협상 라인 중 김영철의 입김이 가장 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김정은은 통전부가 주도해 온 북미 협상을 국무위원회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의지와 함께 정통 외교 라인인 외무성에 힘을 실어줬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최룡해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임명과 최선희의 국무위원 선임이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며, 대외 외교를 책임지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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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 자리를 91세인 김영남이 차지하고 있었다. 고령의 김영남은 대미협상에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젊은 최룡해가 상임위원장이 되면서 앞으로 그의 외교활동이 대단히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김영철이 맡았던 대미 특사도 최룡해가 직접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미 강경파인 김영철보다 상대적 온건파인 최룡해가 북미협상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은 교착상태인 북미회담에 새로운 변수가 된다. 최룡해는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직에도 임명되어 국무위원들인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국제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을 지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최선희는 부상급에 불과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상도 임명되지 못하는 국무위원이 됐다. 이는 김정은이 외무성 라인 중심의 대미협상파에 엄청난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한편으론 하노이 회담 이후 최선희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향후 북미협상의 주역은 통전부 중심에서 외무성 중심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인선 결과는 김정은이 여전히 북미회담의 성공과 대북제재 해제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말로는 “자력갱생”, 마음은 “제재해제”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전날인 1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25번이나 직접 언급했다. 그는 “제재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한 적대세력에게 타격을 줘야 한다”며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 총돌격전, 총결사전을 과감히 벌이는 것이 4차 전원회의의 기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대북제재가 언제 해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즉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택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카드가 자력갱생인 것이다. 하지만 자력갱생은 북한 주민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없이 들었던 말이기 때문에 내부를 단속하게 해 결집시키는 효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4월 초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김정은의 집중 경제 시찰은 ‘비둘기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김정은은 4일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방문으로 올해 첫 경제시찰을 시작한데 이어, 6일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온천관광지구를 방문했다. 8일에는 개업을 앞둔 평양 대성백화점을 찾았다.

대북 제재가 해제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곳만 찾아다닌 것이다. 삼지연과 원산, 양덕은 모두 대북 제재가 해제돼야 외부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관광단지다. 수입산 판매가 위주인 대성백화점도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한 절대로 잘 나갈 수 없는 곳이다.

이런 곳들만 찾아다녔다는 것은 김정은이 겉으로는 자력갱생을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 있음을 인식하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대북제재를 풀면 내부의 관광 및 상업 인프라가 바로 받쳐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볼 때 4월의 김정은의 행보는, 그가 여전히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추가 협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