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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김정은, 文대통령에 美·北 중 선택하라 최후통첩"

鶴山 徐 仁 2019. 4. 13. 20:40

전문가들 "김정은, 文대통령에 美·北 중 선택하라 최후통첩"

김명지 기자  


입력 2019.04.13 15:37 | 수정 2019.04.13 16:14

"김정은, 트럼프 계산법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 확인"
"문 대통령, 중재자 역할 끝나...미국과 북한 중 선택해야"
"트럼프보다 완화된 '포괄적 빅딜'을 미북 사이에 중재 가능"
"북한, 제재완화 연연않겠다는 건 연연할 수밖에 없다는 뜻...트럼프 덫에 제대로 걸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용단을 내리라"고 한 데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완화'를 교환하는 종전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 평가했다. 한국을 향해 "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되라"고 한 데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국면에 맞닥뜨린 셈이라고 했다. 다만 김정은이 "올해말까진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한 것은 당장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했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연합뉴스
◇ "北, 영변핵시설 이상 포기할 생각 없어"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미북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식 대화는 체질에 맞지 않다"며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의 진정성에 '강한 의문'을 드러낸 후 "우리가 제재해제에 굳이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한편, 미국의 빅딜요구가 '선(先)무장해제 후(後) 체제전복'을 꾀하는 붕괴전략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번 시정연설은 김정은의 입장 재확인으로 미북협상은 '하노이 어게인'이 되었다"며 "트럼프는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와 시기를 명시하는 빅딜 요구를 철회할 생각이 없고, 김정은은 트럼프의 계산법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했다.

정성훈 전 통일연구원장도 "이번 시정연설의 핵심은 김정은이 '나는 바꿀 생각이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생각이 바뀌면 만나는 보겠다'라고 한 것"이라며 "미북대화를 연말까지 시한을 둔 것도, 그 때까지 미국이 현재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충돌까지 가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언제든 일전불사(一戰不辭)의 각오가 돼 있는 나라"라고 했다.

왼쪽부터 김근식, 조한범, 정성훈/연합뉴스 등
그러나 이번 연설이 김정은이 북한의 대미 협상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화를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북 대화 시한을 연말까지로 정한 것은 북한이 그 때까지는 '자력갱생'으로 어느정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 미국·북한 선택 떠안은 문재인 대통령

김은 이날 "남조선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정은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 미국의 대북제재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을 문 대통령에게 질타하는 것이라고 봤다.

문 대통령은 전날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 측의 입장, 즉 영변핵시설 폐기 이상의 협상안을 가져와야 제재완화를 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전성훈 원장은 "이 발언을 보면 북한이 한국을 더이상 동등한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아랫사람으로 깔아내려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북에 핵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은 단 한번도 핵을 포기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며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

김근식 교수는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있어 미국편에 서서 김정은에게 빅딜을 압박하든지, 북한편에 서서 트럼프의 입장변화를 압박하든지 하는 선택의 순간에 섰다"며 "하노이 회담 이후 양측이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는 것은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북한 편에 서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열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설사 강행한다 해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만한 효용성이 없다"며 "이제는 북한에게 미국이 제안한 빅딜 수용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조한범 연구위원은 "이는 도발적인 언동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만큼 북한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라며 "한미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컸을텐데,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으니 미국을 좀 더 강하게 설득해 달라는 뜻"이라고 봤다.

◇ 미·북 협상 연말 넘기면 북한 도발 나설 수도

김정은은 "하노이 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우리가 내짚은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자아냈다"며 "제재해제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또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서 북한이 무력 재개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정성훈 전 원장은 "연말까지 미북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정도의 도발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는 와중에 불똥이 우리 쪽으로 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근식 교수도 "내년에 김정은이 협상을 깨고 도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김정은은 내년 트럼프의 재선 국면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팽팽한 대치 상황에서는 시한을 정한 쪽이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시간은 우리(한국) 편이니 안보를 튼튼히 하고 제재를 강화하면서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빅딜의 원칙은 관철시키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함하고 중단거리미사일과 생화학무기는 제외하는 식으로, 트럼프보다는 완화된 이른바 '포괄적 빅딜'을 미·북 사이에 중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한범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재완화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것은 돌려 말하면 연연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북한이 연말까지 버텼다가 협상이 깨지면 더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고, 그 때 가서 (미사일 등) 도발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트럼프의 덫에 제대로 걸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낮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을 통해 함께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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