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특파원 리포트] 국익보다 앞서는 코드

鶴山 徐 仁 2019. 4. 8. 20:50


[특파원 리포트] 국익보다 앞서는 코드

조선일보

이하원 도쿄 특파원  


입력 2019.04.08 03:13

이하원 도쿄 특파원
이하원 도쿄 특파원

외교관 A씨는 28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이 중 15년을 일본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일본 근무만도 서기관, 참사관, 공사로 세 차례다. 도쿄 체류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현재 외교부 간부 중에는 일본 업무 경력이 가장 오래됐다. 그런 A씨가 단교(斷交)가 거론될 정도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지난달 말 유럽의 한 공관으로 이동했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국정감사에서 그의 '박근혜 청와대' 근무 경력이 논란이 돼 좌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씨는 특히 당 대표 출신의 여당 의원이 집요하게 인적 청산을 주장해 인사 조치 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전(前) 정부에서 위안부 업무를 담당했다는 이유로 공관장이 되지 못하고, 주일 대사관보다 작은 공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외교관 B씨. 경력 26년의 그는 지난해 중반 청와대에 파견 나갈 것으로 알려졌었다. 일본 근무 경험도 있고, 국제법에도 밝아서 외교부 안팎에서는 그가 청와대에서 대일 업무를 맡는 것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나브로 그의 청와대 근무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B씨의 경력 조사를 한 청와대가 거부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의 가족이 현 정권에 비판적인 게 문제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B씨의 '윗집' 근무 좌절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채 현재 청와대의 대일 업무는 일본 근무 경험이 없는 젊은 외교관 한 명이 맡고 있다.

외교관 A·B씨 사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외교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엘리트 외교관들을 집단적으로 이지메(따돌림) 중인데, 대일 업무에서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

열심히 일하거나 능력 있는 외교관이 정치적인 이유로 배척받다 보니 외교관들의 사기(士氣)는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다. 도쿄의 한국 외교관들은 요즘 서울 소식에 밝은 일본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동정(同情)하는 대상이 돼 버렸다. 도쿄의 한 소식통은 "일본을 잘 아는 외교관들이 기용되지 않으면 결국 한국의 국익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모르느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중국 정부는 도쿄에서 9년 연속 일해온 청융화(程永華) 대사를 곧 교체할 예정이다. 서기관 시절부터 25년을 일본에서 근무한 그는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그 후임에 내정 된 인물도 도쿄에 10년 넘게 체류한 경력의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이다. 우리보다 몇 배는 힘이 센 나라가 이렇게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일본에 대해 잘 아는 외교관을 좌천시키고, 자신의 근처에는 가까이 오게 하지 않는다. 능력 위주의 인사 원칙을 배제한 나라의 외교가 가져올 미래가 두렵게 느껴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7/2019040702106.html